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위축으로 반도체 혹한기를 맞은 가운데 메모리 반도체 D램의 고정 거래 가격이 이달에만 22%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유력 메모리 업체들은 업황 악화에 대비해 감산이나 투자 축소를 진행하고 있다.
31일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의 10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지난달(2.85달러)보다 22.46% 하락한 평균 2.21달러를 기록했다.
D램 가격은 올해 7월 14.03% 급락했으며 8월에는 1.04% 하락했다. 9월에는 보합세를 유지했으나 이달 들어 20% 이상 급락했다. 대만의 트렌드포스는 전반적인 수요침체 속에 3분기부터 D램 업체들의 재고가 더 늘었다고 설명했다. 트렌드포스 관계자는 “경제 전망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소비자 전자제품 수요가 단기적으로 반등할 가능성이 작다”며 “현재 D램 시장은 극심한 과잉 공급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D램과 함께 대표적 메모리 반도체인 낸드플래시 가격도 5개월째 하락세를 보였다. 메모리카드·USB용 낸드플래시 범용제품(128Gb 16Gx8 MLC)의 고정거래가격은 4.14달러로 지난달(4.30달러)보다 3.73% 내렸다.
지난해 7월부터 올해 5월까지 4.81달러를 유지하던 낸드플래시 가격은 6월 들어 3.01% 하락했다. 이어 7월(-3.75%)과 8월(-1.67%), 9월(-2.55%)에도 하락세를 이어갔다. 트렌드포스는 “최근 낸드플래시 가격은 급격한 공급 과잉 상태로 인해 극심한 변동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메모리 반도체 회사들의 감산과 긴축 경영이 이어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내년 설비투자액을 기존 계획에서 50% 이상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내년 설비 투자액의 30%를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반면 메모리 1위 업체 삼성전자는 10월 초부터 인위적인 메모리 감산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압도적 생산 규모와 원가 경쟁력을 앞세워 ‘치킨게임’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