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오늘이 마지막” 최후통첩에도…계속되는 반정부 시위

유혈진압 엄포 다음날도 시위 계속돼
‘히잡 의문사’發 반정부시위 전역서
대학 내 무력충돌 多…총·최루탄 동원해

28일(현지 시간) 이란 테헤란의 한 대학교 내에서 반정부 시위대에 대한 강경진압이 이뤄지고 있다.AFP연합뉴스

이란 정부가 “오늘이 마지막 폭동이 될 것”이라며 시민들을 향해 최후 통첩을 날린 다음 날에도 곳곳에서 죽음을 무릅쓴 시위가 이어졌다고 로이터 통신이 30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히잡 의문사'발 반정부 시위가 7주째 이어진 가운데 당국이 본격적으로 살상무기를 사용한 과격 진압에 나서며 더욱 폭력적 양상을 띠고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날 이란 전역에서는 곳곳에서 대학교를 중심으로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전날인 29일에 호세인 살라미 이란 혁명수비대(IRGC) 총사령관이 “오늘은 폭동의 마지막 날”이라며 “이제부터 시위대는 거리로 나오지 말라”고 경고했지만 곧바로 시위를 이어간 것이다. 대규모 유혈진압이 임박했음을 시사한 군사당국의 경고대로 이날 온라인 상에는 무장 군인 및 사복 경찰들이 대학교 내 시위에 진입해 학생들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총과 최루탄을 쏘는 영상이 확산됐다.


로이터는 인권단체 이란 휴먼 라이츠(IHR)를 인용해 반정부 시위가 시작된 뒤 지금까지 아자드 대학교, 사난다즈 기술 대학교 등을 포함한 50개 이상의 대학에서 시위가 열렸으며 최소 200여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이란 인권운동가통신(HRANA) 역시 시위 이후 이달 29일까지 미성년자 44명을 포함해 최소 283명이 사망했으며, 1만 4000명 이상이 체포된 것으로 추산했다.


현재 이란에서는 지난달 13일에 이란 여성 마흐사 아미니(22)가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끌려갔다가 조사를 받던 중 16일 의문사하자 이를 계기로 정부 규탄 시위가 전역에 번지고 있다. 이란 정부가 인터넷 차단과 언론 탄압, 폭력·구금 등으로 대응해오던 중 이날 “시위 시작 이래 가장 가혹한 경고”를 날리며 본격적인 강경 진압에 나섰다는 것이 외신의 평가다.


이란 내 대규모 유혈 진압 사태를 우려한 국제사회도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국과 알바니아는 다음주 이란 반정부 시위와 관련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공식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며, 미국은 안보리에서 이란 정부의 인권 침해에 대한 독립적인 조사를 촉구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유럽연합(EU) 역시 17일 관련 이란 정부 인사 및 기관을 제재 목록에 올린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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