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첫 일성은 "미래기술에 생존 달려"…5년간 8만명 뽑는다

[삼성 이재용 시대] <3>우수인재 확보가 삼성의 경쟁력
이병철 '인재제일' 경영철학 계승
5대 그룹 중 유일하게 공채 유지
연말 획기적 인사 개선안 내놓을듯
반도체·AI 등 전문가 영입 속도
임직원과 소통기회 확대도 공들여

이재용(오른쪽) 삼성전자 회장이 부회장 시절인 17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2 국제기능올림픽특별대회 폐회식에서 한국 선수단을 격려하고 있다. 고양=연합뉴스

“창업 이래 가장 중시한 가치가 인재와 기술입니다. 성별과 국적을 불문하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인재를 모셔오고 양성해야 합니다.”


10월 27일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은 회장직 취임과 함께 사내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인재 경영’을 재차 강조했다. 11월 발표가 예상되는 그의 ‘뉴삼성’ 비전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발언이었다. 실제로 재계 안팎에서는 삼성전자가 이 회장의 취임, 11월 1일 창립 기념일 등을 기점으로 기술·인재 경영 기조를 더 강화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초일류·초격차 기업으로 달려가기 위해서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최고급 두뇌를 모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같은 글에서 “미래 기술에 우리의 생존이 달려 있다”며 “최고의 기술은 훌륭한 인재들이 만들어낸다”고 거듭 역설했다.




“창업 이래 가장 중시한 가치”라는 이 회장의 말처럼 삼성은 이병철 선대 회장 때부터 ‘인재제일(人材第一)’을 최고의 경영철학으로 내세웠다. 특히 능력 중심의 인사를 구현하기 위해 1957년 국내 대기업 가운데 최초로 도입한 공개 채용 제도는 삼성의 대표적 인재 육성 전략이다. 삼성은 지금도 국내 5대 그룹 가운데 대졸 신입 공채를 유일하게 유지하고 있다.


이병철 정신은 2대 경영자인 이건희 회장이 고스란히 이어받았다. 이건희 회장은 ‘여성 인력 중시’ 철학에 따라 1993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대졸 여성 신입 사원 공채를 신설했다. 1995년에는 입사 자격 요건에 학력·국적·성별·나이·연고 등을 제외하는 파격적인 ‘열린 채용’을 실시했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경영철학을 고스란히 이어받아 글로벌 시대에 맞게 계승·발전시켜 새로운 뉴삼성 인재상을 구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3년간 4만 명을 채용했으며 올해부터 채용 규모를 20% 확대해 앞으로 5년 동안 총 8만 명을 신규 채용하기로 했다.


코로나19 이후 메모리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고 TV 등 가전제품 수요 둔화로 3분기 영업이익이 30% 이상 감소했지만 투자를 줄일 계획이 없다고 밝힌 것은 그만큼 인재 채용에 고삐를 더 죄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5월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 메모리기술개발실 상무로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 과학자로 근무한 한진우 박사를 영입했다. 반도체연구소 메모리기술개발실의 도현호 부사장도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 회사인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에서 근무하다 올 3월 삼성전자에 합류했다. 인공지능(AI) 분야 석학으로 삼성전자 통합 연구 조직인 삼성리서치의 소장을 맡고 있는 세바스찬 승(승현준) 사장도 2018년 6월 프린스턴대 교수로 재직하다가 전격 영입된 사례다.


이 회장은 지난해 11월 미국 출장 중에도 구글·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기업 경영진들과 만나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인재를 육성하는 방법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은 부회장 시절인 2020년 5월 대국민 기자회견에서도 “전문성과 통찰력을 갖춘 최고 수준의 경영만이 생존을 담보할 수 있다”며 “삼성은 앞으로도 성별과 학벌, 나아가 국적을 불문하고 훌륭한 인재를 모셔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올 6월 유럽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서도 “우리가 할 일은 좋은 사람을 모셔오는 것”이라고 설파했다.


‘임직원과 회사가 함께 성장하는 조직’을 만드는 방안도 이 회장의 주요 관심사로 꼽힌다. 이 회장의 인재 관리 문화 혁신 의지에 따라 삼성전자는 이미 올해부터 조직의 활력과 유연성을 높인다는 목적으로 △직급 통폐합 등을 통한 수평적 조직 문화 확산 △직급별 체류 연한 폐지를 통한 조기 승진 기회, 과감한 발탁 승진 확대 △평가 제도 개선 등을 골자로 하는 인사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고졸·전문대졸 입사자에게도 능력에 따른 승진 기회를 크게 넓혔다. 올해 회장 취임 이후 단행하는 첫 그룹 인사에서는 이보다 더 획기적이고 진일보한 개선안을 내놓을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인재들과의 소통 기회 확대도 이 회장이 최근 공을 들이는 분야다. 그는 올해 8·15 광복절 사면 이후부터 임직원들과의 소통을 대폭 늘렸다. 경영 복귀 이후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반도체 부문 직원을 만난 데 이어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자)·워킹맘 직원들과 잇따라 간담회를 열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의 새로운 인사 제도 개편은 이 회장이 이끄는 뉴삼성 비전을 구체화하는 초석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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