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등하는 예적금 금리 때문에 직장인들의 대표적 재산 형성 상품인 재형저축도 갈아타기 대상이 되고 있다. 좀처럼 해약이 없는 재형저축의 금리가 최근 시중금리 상승 분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 상승에 잊혔던 재형저축을 해지해 은행의 일반 고금리 상품에 자금을 예치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게 가입자들의 판단이다.
31일 금융 업계에 따르면 26일 기준 국내 4대 시중은행의 재형저축 계좌 수는 총 31만 1705개로 전달보다 1만 583개가 줄었다. 2015년 말까지 판매돼 재형저축은 올해 말로 모든 계좌가 만기(7년)가 된다. 이 때문에 올해 말이 다가올수록 계좌 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최근 계좌 수 감소 정도는 이전에 비해 훨씬 규모가 커졌다는 평가다. 실제로 올해 2월부터 9월까지 4대 시중은행 재형저축의 월평균 감소 계좌 수는 6860개 정도지만 이번 달(10월)에는 1만 건이 훌쩍 넘어버렸기 때문이다.
재형저축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판매한 대표적인 재산 형성 투자 상품이다. 도입한 첫 해인 2013년 시중 정기적금 금리가 2~3%대였지만 4%가 넘는 이자를 줘 큰 인기를 끌었다. 최고 300만 원까지 납입할 수 있으며 다소 길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7년 동안 적금을 부으면 원금과 이자를 받을 수 있다. 특히 이자에 대한 소득세가 면제돼 매력적인 투자 상품으로 관심이 높았다. 특히 7년 만기가 되더라도 한 차례에 한해 최장 3년까지 연장할 수 있어 상당수 가입자들이 7년 만기가 지나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금리가 급등하면서 유지보다는 원리금을 받고 이를 다른 예적금 상품으로 갈아타려는 가입자가 늘어나는 모습이다. 실제로 인터넷 재테크 커뮤니티에서는 만기가 아직 남아 있는 상황에서 재형저축을 깨고 일반 예적금으로 갈아탈 경우 어느 쪽이 유리한지를 묻는 질문과 해지 인증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이는 재형저축의 적용 금리가 1년 단위로 조정되면서 올해 단기 급등한 금리 수준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재형저축은 가입 후 3년간 고정금리를 적용하고 3년이 지나면 시장 상황에 따라 변동금리를 적용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까지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최근에는 은행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1% 후반에서 2% 초반에 머무르고 있다.
특히 2015년 말 재형저축이 폐지되기 직전에 가입했다면 올해 7년 만기가 도래한다. 그간 묻어뒀던 재형저축을 다시 꺼내 앞으로 3년간 연장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반면 최근 시중은행의 예적금 금리는 우대금리까지 받을 경우 예금은 4% 중·후반대, 적금도 4% 안팎까지 받을 수 있다. 수협은행 ‘헤이정기예금’은 연 4.8%(1년 만기)를 적용하며 우리은행의 ‘WON플러스예금’의 최고 금리는 4.68%다. 특히 시중은행이 아닌 저축은행으로 눈을 돌려보면 6% 중반대 예금 상품이 수두룩하다.
현재 금리 면에서 재형저축이 일반 예적금 상품보다 불리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무작정 해지하지 말고 남아 있는 납입 기간과 세금이나 비용을 뺀 실제 금리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할 필요가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재형저축은 최초 가입일이 다르고 가입자마다 적용하는 금리도 달라 일률적으로 어떻게 하는 것이 낫다고 할 수 없다”며 “일반적으로 만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면 유지하는 것이 낫고, 7년 만기가 지나 연장을 한 가입자라면 비과세 혜택이 적용되는 만큼 해지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