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와 용산경찰서가 이태원 핼러윈 축제 사흘 전 연 회의에서 안전 대책이 사실상 빠진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용산구가 축제 이틀 전 자체적으로 개최한 긴급 대책 회의에서도 별다른 안전 대책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행정 편의를 우선한 대책 회의로 정작 대규모 인명 사고가 발생하자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서울시와 용산구에 따르면 용산구는 27일 오후 2시 ‘핼러윈데이 대비 긴급 대책 회의’를 열었다. 용산구청장 대신 부구청장이 주재한 이날 회의에는 구청 산하 부서장 11명이 참석했으며 1시간가량 진행됐다. 구는 대책 회의에서 방역추진반·행정지원반·민원대응반 등 3개 반으로 팀을 구성해 27일부터 31일까지 이태원 핼러윈 축제에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세부 추진 방안을 보면 이태원 일대 방역·소독, 음식점 지도·점검, 주요 시설물 안전 점검, 불법 주정차 단속, 주변 청소 등 대부분이 코로나19 방역 대책과 시설물 정비에 집중됐다. 행정지원반이 축제 기간 종합상황실을 운영한다는 내용이 있기는 했지만 추가적인 안전 대책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이 때문에 비록 주최자가 특정되지 않은 행사였음을 감안하더라도 관할 구청에서 안일하게 대응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에 따라 3년 만에 대규모 인파가 집결할 것으로 전망됐던 만큼 안전사고 예방에 행정력을 최우선적으로 집중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당시 용산구가 배포한 보도 자료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3년 만에 사회적 거리 두기가 없는 핼러윈데이를 맞이하게 됐다”며 “코로나19 재확산, 마약류 사건·사고가 우려되는 엄중한 시기인 만큼 주민 안전 확보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참사 당일 이태원역의 지하철 무정차를 사전에 실시하지 않은 것을 놓고도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앞서 이달 8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불꽃축제의 경우 관람객들이 몰린 여의나루역에 무정차 통과를 시행했지만 이태원역에서는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 사람들이 운집하고 인파가 몰려 안전사고 가능성이 예상되면 무정차 통과를 요청할 수 있지만 서울시와 용산구·경찰 모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서울교통공사는 용산경찰서로부터 사고 발생 전인 오후 9시 38분께 이태원역에 지하철 무정차 통과를 요청받았지만 정상 운영했다. 경찰의 요청이 없더라도 지하철역장은 승강장에 인파가 몰려 안전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을 때 무정차 통과를 결정할 수 있다. 무정차 통과를 즉시 시행할 만큼 이태원역 내부에 인파가 밀집하지 않았다는 게 서울교통공사의 설명이지만 현장에 있었던 시민들에 따르면 이태원역 승강장에서 1번 출구로 나오기까지 20여 분이 소요되는 등 혼잡도가 상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