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의료, ‘규제 샌드박스’ 덕에 빛 봤다

상의 규제 샌드박스 승인과제 10건 중 9건
규제 장벽 탓에 불가능했던 사업들 샌드박스로 첫발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사진제공=대한상공회의소

대한상공회의소 규제 샌드박스 승인과제 10건 중 9건가량은 해외에선 가능하지만 국내에선 규제 장벽 탓에 불가능했던 사업모델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비대면 의료 등 그간 국내에서 불가능했던 사업들이 규제 샌드박스 승인 이후 첫발을 뗐다.


대한상의 샌드박스 지원센터는 이런 내용을 담은 '규제 샌드박스 승인과제와 규제현황 분석' 보고서를 31일 발표했다. 보고서는 2020년 5월부터 올해 10월까지 지원센터를 통해 규제 샌드박스 승인을 받은 과제 184건을 전수 분석했다.


규제 샌드박스는 낡은 법과 제도에 막힌 혁신 사업자에게 특례를 부여하는 제도다. 대한상의는 규제 샌드박스 민간 접수기구로 활동하며, 기업들의 규제 샌드박스 통과를 지원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대한상의 규제 샌드박스 승인과제(184건) 중 88%(162건)는 해외에선 가능하지만 국내에선 불가능했던 사업모델로 분석됐다.


대표적 사례가 '비대면 의료'다. 선진국 중심으로 시작된 비대면 진료 사업은 코로나를 계기로 전 세계에서 주목받았지만, 한국에선 규제로 인해 사업이 불가능했다.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재외국민 국민을 대상으로 한 한국 의료진의 비대면 진료 서비스, 재택 재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스마트 기기 등이 사업의 첫발을 뗐다.


승인과제를 분야별로 보면 모빌리티(37건), 공유경제(26건), 의료(23건), 에너지(20건), 스마트기기(17건), 플랫폼(15건), 푸드테크(15건), 로봇·드론(10건), 방송·통신(8건), 펫 서비스(6건), 기타(7건) 순으로 나타났다. 모빌리티, 공유경제, 의료 분야에서 승인받은 과제가 전체의 절반 수준이다.


기업 유형별로는 스타트업·중소기업이 규제 샌드박스를 주로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승인과제 중 138개(75%)가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이 신청한 과제였다. 대기업의 규제 샌드박스 활용사례도 느는 추세다. 2020년, 2021년 18%대에서 올해 10월 기준 32%대로 상승했다.


보고서는 규제 샌드박스가 '규제혁신 나침반'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샌드박스의 발전 방향으로 신속한 법령 정비, 사업 시행 조건 완화, 컨트롤타워 역할 강화를 꼽았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규제 샌드박스가 신사업을 시작하려는 기업들에 기회의 장을 열어주고 있지만, 아직 국내기업은 강한 규제 환경 속에서 사업을 시작하고 있다"며 "정부는 국제 기준에 맞지 않는 불합리한 제도를 신속하게 정비해 혁신기업들이 글로벌 경쟁에 뒤처지지 않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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