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여러 징후 있어…지하철 무정차했어야"




3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마련된 '핼러윈 인파' 압사 사고 희생자 추모 공간에 생존자가 남긴 추모 메시지와 꽃다발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지난 29일 밤 핼러윈 축제를 맞은 서울 용산구 이태원 거리에 한꺼번에 인파가 몰리면서 사망자가 150명이 넘는 최악의 압사 참사가 발생한 가운데, 문현철 숭실대 재난안전관리학과 교수가 “이태원 참사에는 여러 징후가 있었다”며 “많은 사람이 모일 때 발생할 수 있는 수많은 유형의 위험에 대한 대비와 대응이 부족했다”고 비판했다.


3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문 교수는 “대부분의 우리 국민들이 모였고, 대규모의 참사가 벌어졌다면 주최 측이 있다, 없다를 논하기 이전에 재난관리 측면에서도 얼마든지 논할 수 있는 문제”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문 교수는 참사가 일어난 이태원 골목에 대해 “좁은 골목길의 많은 통행량과 사고 당일 밀집된 사람들에 더해 또 한 가지 악재는 경사길이었다는 점”이라면서 “5.7도라는 각도는 평범한 도시 보행길로서는 굉장히 경사가 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평지에서는 미는 힘이 그렇게 세지 않을 수가 있다”면서도 “경사길이 앞으로 되어 있을 때는 나도 모르게 몸이 앞으로 숙이게 된다. 뒤에서 조금만 밀어도 그 조그마한 힘이 저 앞쪽에는 계속 쌓이면서 굉장히 큰 힘이 작용한다”고 덧붙였다.


문 교수는 해당 골목에서 갑작스럽게 통행 흐름이 막힌 이유로는 “그곳에 서 있는 사람들의 힘과 의지로는 빠져나올 수 없는 상황이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면서 “많은 사람이 엉키다 보니까 압박되는 힘이 너무 강해서 숨을 쉴 수가 없는 상황이 됐다. 서 있는 상태로 질식되신 분들도 계신다는 이야기가 바로 그 얘기”라고 말했다.


문 교수는 참사에 앞선 징후들에 대해 ‘이태원’이라는 장소, 좁은 도로와 골목길로 구성된 곳에 많은 사람이 모이고 해산하는 것이 반복됐다는 점을 비롯해 사고 전날 경찰에 여러 신고 접수 건이 많아졌다는 점도 주목했다.


그러면서 “경찰도 굉장히 많은 숫자가 모일 것이라고는 생각을 해서 나름대로 경찰도 파견하고 그렇게 했지만, 이러한 징후를 보고 어떤 조치들이 있어야 했지 않을까”라고 지적했다.


문 교수는 재난안전관리기본법에 명시된 국가의 의무도 언급했다. 그는 “재난안전관리기본법 제5조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이런 위험에 대해서 국민과 주민을 보호해야 된다는 의무 조항이 있다”면서 “관할 지자체와 국가 기관은 위험에 대한 대비와 함께 지역 주민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했다.


참사 이전에 당국이 취할 수 있는 조치로는 ‘지하철 무정차 통과’의 예를 들었다. 문 교수는 “(지하철이 이태원역에서 통과했다면) 아무래도 접근성이 떨어지니까 그쪽으로 오다가 다른 데로 간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참사가 일어난) 골목길을 내려가면 바로 지하철역인데 그런 점들이 참으로 아쉽다”면서 “이는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안전을 확보해야 된다고 하는 메시지”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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