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근 경찰청장이 1일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안타깝고 비통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면서 “이번 사고를 지켜보면서 큰 충격을 받으셨을 국민들께도 관계기관장의 한 사람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고개를 숙였다. 참사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를 했지만 사고 발생 후 사흘 만에 나온 뒤늦은 사과였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더구나 경찰이 이날 공개한 112 신고 접수 녹취록을 보면 초기 대응은 물론 후속 대응이 상당한 시간 이후까지 이뤄지지 않아 지휘부의 책임론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윤 청장은 이날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서 진행된 언론 브리핑에서 “이번 사건의 진상을 명확히 밝히고 책임을 규명하기 위해 모든 부분에 대해 예외 없이 강도 높은 감찰과 수사를 신속하고 엄밀하게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태원 압사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경찰청에 독립적인 특별 기구를 설치한다. 윤 청장은 “오늘부터 경찰청에 독립적인 특별 기구를 설치해 투명하고 엄정하게 사안의 진상을 밝히겠다”면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고 경찰에게 맡겨진 책무를 완수하기 위해 제 살을 도려내는 읍참마속의 각오로 임하겠다”며 진상 규명의 의지를 강조했다.
윤 청장은 사고 원인과 책임 소재가 있는 경찰이 수사하는 것에 대한 비판과 관련해 “지적한 부분은 충분히 수긍한다”면서도 “관련 규정에 따라 서울경찰청이 아닌 경찰청에서 독립적으로 수사를 진행할 수 있는 기구 설치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특히 이태원 참사 관련 112 신고 대응이 적절했는지를 따져볼 것으로 파악됐다. 윤 청장은 “특히 사전에 위험성을 알리는 112 신고를 받고 제대로 조치했는지에 대해 사실관계를 철저히 확인하겠다”며 “112 신고 처리를 포함해 전반적인 현장 대응의 적정성과 각급 지휘관과 근무자들의 조치가 적절했는지 등도 빠짐없이 조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청은 이태원 압사 참사와 관련해 이날 사고 지역을 관할하는 서울 용산경찰서를 감찰하기로 했다. 경찰청은 핼러윈에 대비한 경찰력 투입 계획 등 전반적인 준비 상황을 확인해 사고 당일인 지난달 29일 용산경찰서의 안전 관리 조치가 적절했는지 등을 감찰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 청장은 이번 참사와 관련한 사퇴 주장에 대해 “우선 현 상황에서 현안 해결과 사고 수습, 향후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한다”며 “나중에 결과가 나왔을 때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어느 시점이 됐건 그에 상응한 처신을 하겠다”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