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선거를 1주일 앞둔 미국 정치권에서 가장 바쁜 사람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아닌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한 주에 3개 주를 방문해 지원 유세에 나선다. 1일(이하 현지 시간) 접전 지역인 네바다주를 시작으로 2일 애리조나주 피닉스, 주말인 5일에는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최고 승부처인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를 찾아 합동 유세를 펼친다. 지난달 29일과 30일에는 조지아·미시간·위스콘신주를 돌며 민주당 지지를 호소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다급한 행보는 바이든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얼마나 열세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는 게 미국 언론들의 평가다. 정치 매체 폴리티코는 1일 “민주당이 선거에서 불리해지자 44대 대통령(오바마)에게 눈을 돌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8일 치러질 미국 중간선거에서는 하원 435석 전체와 상원 100석 중 3분의 1인 35석, 36개 주 주지사가 선출된다. 여론조사에서는 공화당 우세가 확연하다. 선거 예측 사이트 ‘파이브서티에이트(538)’에 따르면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할 확률은 82%인 반면 민주당이 승리할 확률은 18%에 그쳤다. 지역구별로 보면 공화당의 승리가 확실하거나 우세인 곳이 219석, 민주당이 승기를 잡은 곳은 205석이다. 공화당이 이미 우위를 차지한 의석만으로도 과반 확보를 위한 매직넘버 218석이 넘는다. CNN 등 주요 미국 언론들도 하원에서 공화당의 확실한 우위를 예상한다.
관건은 현재 의석 수 50 대 50으로 동률인 상원의원 선거다. 선거를 치르는 35석 가운데 현재 민주당 의석은 14석, 공화당 의석이 21석인데 538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우세는 12석, 공화당 우세는 20석, 경합이 3석이다. 경합 3석의 선거 결과에 따라 상원 입법권의 주인이 바뀌는 셈이다. 경합지는 조지아·펜실베이니아·네바다주로 이들 지역에서는 민주당이 오차범위 내에서 근소하게 앞서고 있다. 펜실베이니아주는 민주당 존 페터먼 후보가 49%의 지지율로 공화당 메멧 오즈(44%)를 앞서고 있고 조지아에서도 민주당 래피얼 워녹 상원의원(49%)이 허셸 워커(46%) 후보를 근소하게 리드했다. 네바다주는 공화당 애덤 랙설트 후보와 민주당 캐서린 코테즈매스토 후보가 각각 47%의 지지를 얻으며 팽팽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
40% 안팎의 지지율로 유세 현장에서 인기가 없는 바이든 대통령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반도체과학법’ 등 정책 홍보에 이어 대법원이 폐기한 낙태권 문제를 제기하며 안간힘을 쓰고 있다. 10월 31일에는 고유가로 이익을 올린 석유 기업들을 겨냥한 이른바 ‘횡재세’ 카드를 내보이기도 했다. 그는 이날 대국민 연설서에서 고유가로 높은 수익을 올리는 석유 메이저를 향해 “미국 가정의 비용을 낮추고 생산량을 늘리는 데 투자하라”며 “석유 기업들이 주유소 가격을 낮추지 않으면 초과 이익에 대해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고 압박했다. 민감한 유가 문제를 건드리면서 표심에 호소한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바이든이 최근 유가를 잡기 위해 전략비축유를 대거 푼 데 이어 선거를 1주일 앞둔 시점에 논란이 많은 횡재세를 들고 나왔다”고 전했다.
하지만 최대 이슈로 부상한 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 문제로 유권자들은 공화당 쪽으로 기울고 있다. 폴리티코는 “불과 두 달 전까지도 승리를 자신하던 민주당의 지지율이 경제 문제 때문에 자유낙하하고 있다”고 평했다. 워싱턴포스트(WP)와 ABC뉴스의 최근 여론조사에서 유권자들은 이번 중간선거의 최대 이슈로 경제·인플레이션·낙태를 꼽았다.
공화당의 경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를 받는 극우 성향 후보들이 고전하는 가운데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남편 피습 사건이 선거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