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급락했습니다. 나스닥이 3.36% 내린 것을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2.50%, 1.55% 빠졌는데요.
연방준비제도는 이날 기준금리를 예상대로 0.75%포인트(p) 인상했습니다. 특히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12월 속도조절에 대한 힌트를 줬고, 최종금리(터미널 레이트·terminal rate)가 높아진다고 밝혔습니다. 큰 틀에서 시장이 알고 있던 내용이지요.
하지만 당분간 금리인상 중단이 없다는 말이 내년에도 계속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면서 시장을 강타했습니다. 증시도 성명서가 나온 직후에는 올랐다가 기자회견이 진행되면서 하락세로 돌아섰는데요.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도 파월의 기자회견 직전 4.005% 정도까지 떨어졌지만 이후 급등해 4.1%를 넘어섰지요.
파월이 시장에 줄 건 줬지만 월가의 바람보다 큰 가시가 박혀 있던 거죠. 생각보다 매파적이었다는 얘기가 나오는데요. 오늘은 11월 FOMC와 월가의 반응을 집중적으로 전해드리겠습니다.
11월 FOMC에서 알아야 할 8가지는 아래와 같습니다.
① “향후 금리인상 누적된(cumulative) 통화 긴축과 이것이 경제와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데 필요한 시차, 경제 및 금융환경 변화를 따져 결정. 금리인상 속도 조절 시점 다가오고 있어 이르면 다음 번 FOMC”→해석: 지금까지 금리 많이 올렸고 실제로 효과가 나타나는데 시간이 걸리므로 이쯤에서 인상속도 조절. 데이터 받쳐준다면 12월부터 0.5%p 인상
② “금리인상과 관련해서는 얼마나 빨리(how fast), 높이(high), 오래(long)이 중요한데 속도에 관해 우리는 신속하게 움직이는 게 중요했는데 우리는 그렇게 했다. 우리가 지금 중요하게 생각하는 질문은 얼마나 높냐다. 제한적인 영역으로 갈수록 속도는 훨씬 덜 중요하다”→해석: 0.75%p라는 매우 높은 금리인상폭을 4번 연속했으니 속도는 할 만큼 해. 이제는 최종금리와 금리인상을 얼마나 오래 지속하느냐가 핵심 중요
③ “지난 회의 이후 나오는 데이터를 보면 최종금리 수준 9월에 생각했던 것보다 높다”→해석: 9월 FOMC 내년 최종금리로 4.6% 제시. 연준도 이제 최소 5% 이상으로 보고 있음
④ “인상중단(pausing)에 대해 말하는 것은 매우 시기상조(very premature)”→해석: 일부 시장 예상과 달리 금리인상 중단 당분간 없으며 내년에도 계속 금리인상
⑤ “금리인상 속도 감속에 있어 인플레이션이 월간 하락을 지속하는 게 좋겠지만 이것이 적절한 건 아냐. 충분히 제한적인 수준으로 금리 올려야”→해석: 속도조절은 물가의 연속 하락 같은 지표보다 금리가 얼마나 충분히 제한적이냐가 더 중요
⑥ “금융여건 꽤 긴축. 연착륙으로 가는 길 좁아. 다만 여전히 가능성은 있어”→해석: 더 높은 금리로 감으로써 소프트 랜딩 가능성은 극히 낮아. 다만 여전히 이를 위해 노력 중
⑦ “인플레 줄이기 위해서는 추세보다 낮은 성장과 노동시장 둔화 필요. 단, 노동시장에 진정한 의미의 둔화 없어. 아직 임금-인플레 연쇄상승은 없어”→해석: 노동시장 여전히 강하고 수요 줄일 만큼 안 돼. 노동시장 강한 상황 아래서는 지속적인 긴축
⑧ “미국의 가격안정이 장기적으로 글로벌 경제에 좋아”→해석: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나 금융안정 문제는 통화정책과 직접 관계없음. 금리인상 기조 유지
우선 이날 나온 성명서는 “위원회는 앞으로 금리인상의 범위를 결정할 때 누적적인 통화 긴축과 이것이 경제활동과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데 걸리는 시간, 그리고 경제와 금융환경 변화를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명확히 속도조절을 얘기한 건데요. 그동안 금리를 많이, 그것도 빨리 올렸으니 앞으로는 이런 점들을 가장 먼저 고려하겠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파월 의장은 “이르면 12월에 그것(속도조절)이 올 수 있다”고 했지요. 이는 데이터만 어느 정도 받쳐준다면 12월부터 0.5%p의 금리인상을 하겠다는 의미인데요. 연준의 사정에 정통한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월가에서는 연준이 ‘누적된(cumulative)’이라는 단어를 썼다는 점을 주목한다”며 “속도조절은 분명히 한다. 오늘 발언대로라면 큰 변동사항이 없을 시 12월에 0.5%p를 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문제는 여기부터입니다. 내년에도 계속해서 금리를 올린다는, 바로 이 부분인데요.
파월 의장은 12월에 연준이 속도조절을 할 거냐 말 거냐에 대한 혼란이 있을 것 같다는 질문에 “금리인상과 관련해서는 3가지, 얼마나 빨리와 높이, 오래가 있는데 첫 번째와 관련해 우리에게는 신속히 움직이는 게 중요했고 실제로도 그렇게 했다”며 “우리가 더 (금리가) 제한적인 영역에 들어갈수록 속도에 관한 문제는 두 번째, 세 번째 질문보다 덜 중요해진다”고 했지요. 이제 속도는 문제가 안 되고 끝난 얘기라는 겁니다.
중요한 건 파월이 속도 부분의 중요성을 낮추는 데 그치지 않고 높이와 지속 기간에 무게중심을 뒀다는 점입니다. 그동안 인상속도가 빨랐기 때문에 이번 여정이 다 된 게 아니라 앞으로는 금리가 더 높이, 더 오래 갈 수 있다고 한 거죠. 파월 의장은 “금리인상 중단에 관해 생각하는 것은 매우 섣부르다”며 “우리는 가야 할 길이 남아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이 부분은 시장에서 매파적 요소로 인식됐습니다. ‘3분 월스트리트’에서 전해드렸던 대로 파월이 ‘인상속도 조절에 대한 힌트+분위기 단도리를 위한 더 높은 기준금리’ 패키지를 썼지만 일부에서는 조만간 긴축 중단이 온다는 생각들이 있었기 때문인데요.
JP모건의 마르코 콜라노비치는 내년 초 글로벌 긴축 움직임이 끝날 것이라고 했고 모건스탠리의 마이클 윌슨도 연준의 긴축종료가 임박했다고 했었죠. 오후2시, 성명서만 나왔을 때 속도조절 힌트가 보였기 때문에 오전 내 하락하던 주요 지수가 플러스로 전환했다가 기자회견이 시작된 오후2시30분 이후 곤두박질친 이유입니다.
월가의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날 기자회견이 매파적이었다. 파월이 노 포즈(no pause)라는 말을 했는데 이는 내년에도 계속 금리를 올린다는 것”이라며 “시장은 중단에 관한 기대가 있었는데 이것이 깨지면서 이때부터 확 빠졌다”고 했습니다. 잭 매킨타이어 브랜디와인 글로벌의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연준이 인상중단을 한다는 신호가 없었다”며 “연준이 인플레와 사우기 위해 여전히 갈 길이 있으며 금리수준도 기존 예상보다는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는데요.
앞서 말씀드렸듯 투자자들이 최종금리 상승 부분을 완전히 모르고 있던 건 아니죠. 정도의 차이일텐데요. 최종금리가 올라가는 거야 그렇다쳐도 이대로라면 내년에도 계속해서 0.25%p씩의 금리인상이 나올 수 있습니다.
기준금리가 무한대로 오르진 않겠지만 내년에도 FOMC마다 올리면 자산시장 영향이 클 겁니다. 월가가 두려워하는 것도 이건데요. 월가의 또다른 관계자는 “오늘 분위기대로면 내년에도 별다른 지표의 진전이 없으면 기준금리를 평소 때처럼 0.25%p씩 매 FOMC 때마다 올릴 수 있다는 점”이라며 “이렇게 되면 글로벌 경제에 큰 타격이 우려된다”고 걱정했습니다.
파월은 이날도 추가로 나오는 데이터를 볼 것이며 매 FOMC 때마다 금리 인상폭을 결정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다시 드러냈는데요. 파월이 속도조절을 하고 싶다는 의지를 표시했지만 이것도 데이터가 받쳐줘야 가능합니다. 웬만해서는 12월에 0.5%p를 하고 이후로는 인상폭을 더 조정할 수 있겠지만 그동안 인플레이션이나 고용지표가 전망치를 뛰어넘는 사례가 잦았다는 사실은 불안감을 키우죠.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속도조절 신호에도 12월 0.5%p 인상 확률이 56.8%, 0.75%p는 43.2% 정도입니다.
특히 걸리는 부분이 노동시장입니다. 파월 의장도 이날 “노동시장의 진정한 둔화가 없다”고 했는데요. 4일 고용보고서를 앞두고 민간고용이 강하게 나왔죠.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은 이날 10월 민간고용이 23만9000개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다우존스(19만5000개)나 블룸버그통신(18만5000개)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는데요. 9월(19만2000개)보다도 4만7000개가량 많습니다.
결국 강한 고용시장은 추가적인 긴축을 의미할 수 있는데요. 이날 파월 발언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는 증시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데요.
에드워드 모야 오안다의 수석 시장 분석가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5% 이상으로 가져갈 수 있는 위험이 있기 때문에 증시는 아마도 지금부터 어려움을 겪게 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BMO 캐피털 마켓의 이안 린겐도 “연준의 톤에서 한 가지 명확한 것은 '산타 정지(Santa Pause)'는 마을에 오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했지요.
최종 금리 전망은 5~5.25% 안팎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모건스탠리의 짐 캐론은 “게임 종료의 시작”이라고 하면서 연준의 최종금리가 5%를 넘어 5.25%가 될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그는 “현재 시장에서 기본적으로 말하는 것은 연준이 정책금리를 5%대로 가져갈 것이라는 점”이라며 “아마도 5.25%가 될 것 같다”고 했습니다.
노현철 쿡 캐피털 그룹 매니징 파트너는 5% 정도로 보는데요. 그는 “속도조절을 원하는 파월이 일부러 더 매파적으로 나왔을 수 있다”며 “연말 S&P가 지금보다 높을 수 있다"고 했죠. 파월이 시장이 너무 앞서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세게 나왔다는 말인데요.
어쨌든 더 높은 금리는 침체 가능성을 키웁니다. 파월 의장도 연착륙(소프트 랜딩) 가능성은 여전히 있지만 그 길이 좁아졌다(narrowed)고 했는데요. 속도를 낮추더라도 더 높은 수준의 금리가 더 오래간다면 경착륙 확률은 그에 비례해 높아질 수밖에 없죠. 퀸시 크로스비 LPL 파이낸셜의 수석 글로벌 전략가는 “시장에서는 최종금리로 가는 길에 경기침체가 포함돼 있다는 확신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시장의 불확실성은 큰 것 같은데요. 미국 개인투자자 협회의 10월 조사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의 현금보유 비중이 25% 정도로 상승했다고 하죠. 만기 3~6개월 미 국채금리의 수익률이 올 들어 지난 달 말까지 0.6%라고 합니다. 미미하지만 S&P500이 -18%, 금값이 10% 안팎 하락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금이 그나마 낫다는 얘기가 나오는데요.
당분간 데이터가 중요하겠습니다. 12월 FOMC 이전까지 남은 2번의 고용보고서와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2월 금리인상폭과 내년에 연준이 어떻게 나올지에 영향을 줄 텐데요. 1차로는 4일에 나올 10월 고용보고서가 단기간의 시장 방향을 좌우할 수 있을 듯합니다. 융유 마 BMO 캐피털 수석 투자 전략가는 “결국 앞으로 몇 달, 그리고 분기에 걸쳐 나올 인플레이션과 고용데이터가 중요하다”며 “연준이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 주력하고 있다는 것을 재확인한 이상 이는 인플레이션 상황이 개선될 때까지 시장에 역풍으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는데요.
피터 부크바 브리클리 파이낸셜 그룹의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제 초반에 금리를 더 많이 올리는 프론트 로딩(front loading)은 끝났다”고 했지만 갈 길이 멀다는 점이 오늘 재차 확인됐죠.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역사는 연준이 그동안 너무 빨리 인상을 멈췄다는 것을 보여준다. 진실로 누가 기준금리를 4% 이상으로 올렸다고 해서 6% 넘는 근원 인플레가 2% 아래로 떨어진다고 믿겠느냐”라며 금방 멈추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인상 중단 없는 속도조절은 긴축이 이어진다는 말이며 경기침체 가능성도 함께 커진다는 점, 알아야 하는데요. 파월 의장이 “미국 경제는 강하다. 미국의 가격안정이 글로벌 경제에 장기로 좋다”고 했죠. 다른 나라에서 어떤 일이 터져도 일단은 인플레와 싸우겠다는 말인데요. 글로벌 침체 가능성과 금융안정 문제가 지속할 것 같습니다. 일단 내일 시장 반응과 함께 앞으로 나올 경제지표를 잘 살펴야겠습니다.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유튜브 생방송] : 미국 경제와 월가, 연준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을 제공하는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가 유튜브 어썸머니 채널을 통해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3일은 FOMC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을 위해 기존 방송시간인 오전6시55분보다 1시간 늦춘, 오전7시55분에 방송을 시작합니다. 착오 없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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