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와 건설사를 대상으로 한 ‘지라시’가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20일 이례적으로 ‘합동루머단속반’까지 출범시켰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불명확한 정보가 난무하는 모습이다. 피해 기업은 이제 중소형사에 국한되지 않고 대형사까지 확대됐다. 단기자금 시장 경색 현상이 이어지면서 대규모 구조 조정설에 부도설까지 전방위적으로 퍼지고 있다.
2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다수 증권사들이 대규모 구조 조정 계획을 세웠다는 지라시가 돌았다. 이번 지라시에는 상대적으로 자금 사정이 열악한 것으로 평가되는 중소형사뿐 아니라 하나증권과 메리츠증권도 인원 조정을 계획 중이라는 내용이 담겨 업계에 충격을 안겼다. 언급된 증권사는 “사실무근”이라며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증권 업계 관계자는 “임원 배임 때문에 구조화금융본부를 없애기는 했는데 해당 임원을 제외한 직원들은 모두 다른 부서로 옮겨 정상 근무하고 있다”며 “지난번 매각설이 돌았던 때처럼 운영 차질이 생기는 정도는 아니어서 금감원 신고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19일 매각설에 휩싸인 중소형 증권사 A사는 구조 조정 지라시에도 거론되자 “논의된 적도 없는 사안”이라며 펄쩍 뛰었다. A사는 지난달 20일 금감원에 허위 매각설 유포자를 잡아달라며 합동루머단속반에 신고한 곳이다. 중소형 증권사 B사는 “리서치 법인을 10% 줄인다는 지라시가 돌던데 사실무근”이라며 “한 해에 이직하는 사람이 평균 10%로 이 정도 규모는 자연 감축분”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사실이 담기기도 했다. 케이프투자증권은 이달 1일 법인본부와 리서치본부 임직원 전원에게 재계약 불가를 통보했다. 여기에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인한 자산시장 붕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의 부실 가능성까지 겹치며 증권사의 비용 압박은 날로 커지고 있다. 비용 절감을 위해 대규모 구조 조정이 단행될 것이라는 지라시가 도는 이유다.
건설사 부도설도 돌았다. 이날 오전 태영건설 등 대형사가 언급된 ‘건설사 부도 리스크 보고(2022년 10월 28일)’라는 제목의 문건이 삽시간에 퍼졌다. 그러나 기본적인 사실관계가 틀린 내용이 다수 담겼다. 롯데건설의 ‘둔촌주공 PF 자산담보부단기채(전단채) 차환 실패’가 대표적이다. 이미 지난달 28일 KB증권을 통해 차환 작업이 마무리됐다.
금감원에는 연일 신고가 접수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접수된 사건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는 중으로 혐의점이 드러나면 수사기관에 알릴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20일 금감원은 합동루머단속반을 출범하며 “위기감에 편승해 사익 추구를 위한 목적으로 루머 등을 고의로 유포하는 행위에 대해 엄중히 조치하겠다”며 “악성 루머를 이용한 시장 교란 행위 또는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 적발 시 신속히 수사기관에 이첩하겠다”고 경고했다.
서종갑·이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