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시밀러' 하면 어떤 기업이 떠오르시나요? 많은 분들이 셀트리온(068270),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떠올리실 것 같은데요, 머지 않아 더 선택지가 더 늘어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종근당(185750), 동아에스티(170900) 등 전통 제약사들이 바이오시밀러 사업에 부쩍 힘을 실어주고 있거든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20일 황반변성, 당뇨병성 황반부종 등 안과질환에 처방되는 '루센티스'(성분명 라니비주맙)의 바이오시밀러 '루센비에스'에 대해 품목허가를 승인했습니다. 이 제품을 개발한 회사가 바로 종근당입니다. 지난 5월 식약처 허가를 받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아멜리부'에 이어 국내 두 번째 루센티스 바이오시밀러를 상업화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루센비에스의 오리지널 품목인 ‘루센티스’는 로슈의 자회사 제넨텍이 개발하고 로슈·노바티스가 공동 판매하고 있는 블록버스터급 바이오의약품입니다. △습성 연령관련 황반변성 △당뇨병성 황반부종에 의한 시력손상 △증식성 당뇨성 망막병증 △망막정맥폐쇄성 황반부종에 의한 시력손상 △맥락막 신생혈관 형성에 따른 시력손상 등 5가지 적응증을 통해 작년 한해 동안만 4조 4000억 원의 글로벌 매출을 올렸습니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매출은 350억 원에 달했습니다. 황반변성은 눈 망막에서 빛을 받아들이는 조직인 황반이 노화와 염증으로 기능을 잃는 질환입니다. 심할 경우 실명에 이를 수도 있죠. 전 세계적인 고령화 현상에 따라 환자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꽤나 매력적인 시장입니다.
사실 종근당은 꽤 오랜 기간 바이오시밀러 사업에 공을 들여 왔는데요, 루센비에스의 경우 2012년 바이오시밀러 자체 플랫폼 기술을 적용해 고생산성 균주를 개발하고 라니비주맙 항체 원료의약품의 제조기술을 확보해 임상시험을 거쳐 상업화하기까지 10년이 넘게 걸렸습니다.
이로써 종근당은 자체 개발한 바이오시밀러 2종을 장착하게 됐습니다. 종근당의 바이오시밀러 첫 제품은 2세대 빈혈 치료제로 분류되는 네스프(성분명 다베포에틴 알파)의 바이오시밀러 '네스벨'입니다. 2018년 식약처 허가에 이어 이듬해 일본 후생노동성의 허가를 획득해 현재 활발하게 판매 중이죠. 지난해 7월에는 오만 제약사 매나진과 '네스벨' 수출 계약을 체결하며 중동 시장 진출의 물꼬도 텄습니다. 종근당은 이번에 허가받은 루센비에스 역시 국내 허가를 시작으로 동남아, 중동 지역 등 글로벌 시장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바이오시밀러와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였던 종근당이 4년새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2가지나 허가 받았다니 꽤나 흥미롭지 않나요? 종근당이 바이오시밀러 사업에 뛰어든 데는 신약보다 연구개발(R&D) 실패에 대한 부담이 적으면서도 시장성이 보장된 점이 주효했다고 평가 받습니다. 실제 또다른 전통제약사인 동아에스티도 바이오시밀러를 개발 중이죠. 바이오시밀러로 깜짝 성과를 낸 종근당은 본업인 신약개발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내년 2분기 희귀질환인 샤르코 마리투스병 치료제 ‘CKD-510’의 미국 임상 2상 승인 여부와 내년 말 발표가 예정된 항암 이중항체 ‘CKD-702’의 1b상 임상 결과가 많은 관심을 받고 있죠. 전통제약사들의 변신에도 관심을 가져볼 만할 것 같습니다.
◇‘약 읽어주는 안경진 기자’ 코너는 삶이 더 건강하고 즐거워지는 의약품 정보를 들려드립니다. 새로운 성분의 신약부터 신약과 동등한 효능·효과 및 안전성을 입증한 제네릭의약품(복제약)에 이르기까지 매년 수없이 많은 의약품이 등장합니다. 과자 하나를 살 때도 성분을 따지게 되는 요즘, 내가 먹는 약에 대한 정보를 자세히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