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6년 만에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유명희 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허은녕 서울대 공대 교수를 이사회 사외이사로 추가했다. 재계에서는 내년 3월 정기 주총에서 이재용 회장이 등기이사에 복귀할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삼성전자가 앞으로 책임 경영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성전자는 3일 경기 용인 인재개발원에서 임시 주총를 개최하고 사외이사 2명 선임의 안건을 의결했다. 삼성전자가 임시 주총을 연 건 2016년 10월 이후 6년 만이다. 유 전 본부장과 허 교수의 사외이사 선임 안건은 각각 99.25%, 88.29%의 찬성률로 통과됐다. 두 사람은 4월 환경부 장관 후보자 지명으로 사퇴한 한화진 사외이사와 5월 별세한 박병국 사외이사의 빈자리를 메우게 됐다.
총회 의장을 맡은 한종희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 부문 부회장은 “중도 사임·퇴임한 사외이사를 조기에 선임해 사외이사 이사 총수 과반 요건을 충족하고 이사회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지속 유지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며 “두 사람이 각 분야의 최고 권위자로서 탁월한 전문성과 식견으로 회사 발전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선임된 유 전 본부장은 통상 전문가다. 특히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이던 2020년에는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에 입후보해 최종 결선에 오르는 파란을 일으켰다. 허 교수는 세계에너지경제학회(IAEE) 부회장, 한국혁신학회 회장, 한국자원경제학회 회장 등을 역임하며 환경·에너지·자원 관련 전문가로서의 명성을 쌓았다.
이날 의결로 삼성전자 이사회 내 사외이사는 총 6명이 됐다. 기존 사외이사 4명, 사내이사 5명에서 사외이사의 수가 다시 더 많아졌다.
이번 주총에서는 이 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안건은 다루지 않았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내년 3월 정기 주총을 통해 등기이사로 복귀할 공산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 회장은 국정 농단 사태에 연루되며 2019년 10월 임기 만료를 끝으로 이사회에 몸을 담지 않고 있다. 국내 4대 그룹 총수 가운데 등기이사를 겸하지 않는 사람은 이 회장이 유일하다.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는 ‘뉴삼성’ 시대의 닻을 올릴 마지막 퍼즐 조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총수가 직접 이사회에서 주요 의사 결정을 내리고 이에 대한 법적 책임까지 져야만 이 회장이 최근 줄곧 강조하는 ‘이사회 중심의 책임 경영’이 완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룹 지배구조 개편, 준법 경영에도 그의 등기이사 선임은 중대한 필요조건이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날 주총에 앞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묵념의 시간도 가졌다. 현장 임직원들 모두 어두운 색 복장과 검정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 시종일관 엄숙한 분위기를 띠었다. 이날 주총에서는 또 삼성전자 주주가 처음으로 600만 명을 넘어섰다는 사실도 공개됐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9월 19일 기준 이 회사의 주주 수는 601만 4851명이었다. 반기보고서상에 기재된 6월 30일 기준 주주 수 592만 2810명보다 9만 241명이 증가하며 명실상부한 ‘국민주’의 입지를 뽐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