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4일 내년도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10대 민생 사업 중심으로 5조 원의 예산을 증액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감세 중심 세제 개편안을 수정하고 대통령실을 비롯한 권력기관의 예산을 대폭 감액해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민주당이 증액 대상으로 포함시킨 민생 사업 중에는 정부에서 전액 삭감한 지역사랑상품권 예산 등도 포함돼있어 예산안을 두고 정부·여당과 야당의 신경전이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인다.
위성곤 민주당 정책수석부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2023년도 예산안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고 “윤석열 정부는 재정 어려움을 핑계로 민생·안전 예산은 삭감하면서도 대통령실 등 권력기관 예산은 늘리는 비상식적인 예산안을 제출했다”고 주장했다. 위 수석부대표는 “권력기관 예산 등 불요불급한 예산을 대폭 감액해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5조원 규모의 10대 민생사업 증액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증액을 선언한 10대 사업 중 증액 규모가 가장 큰 부문은 기초연금 확대(1조 6000억 원) 사업이다. 기초연금 부부합산 감액을 폐지하고 현행 30만 원인 지급액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고금리에 취약한 중소기업·서민 차주를 지원 사업 1조 2797억 원과 정부가 대폭 축소한 장기 임대주책 공급 예산도 6993억 원 늘린다.
이외에도 민주당은 △국민 안전 사업(212억 원) △지역사랑상품권(7050억 원) △어르신 일자리 6만 1000개 등 노인 사업(957억 원) △내일채움공제 등 청년 지원(1862억 원) △쌀값 안정화(1959억 원) △장애인 지원(3696억 원) △재생에너지 지원(3281억 원) 등 10대 민생 사업의 예산을 증액하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은 재원 마련을 위해 정부가 내세운 ‘부자감세’부터 손보겠다고 공언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세법 개정안이 정부안대로 통과될 경우 2023년 세수는 6조 4000억 원 줄어든다. 소득세·법인세·증권거래세·종합부동산세 개편 효과가 모두 포함된 수치다.
위 수석부대표는 “부자 감세 예산을 저지해 확보하는 예산 중 약 4조 4000억 원은 지방으로 귀속된다”며 “정부 세수는 2조 원 순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여기에 권력기관 예산 감액분을 더해 재원을 마련하면 된다. 국채 발행 등 국민 부담을 늘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의 세제 개편안에 대해 국회 예산정책처에서 “중장기 세수 기반이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해 눈길을 끈다. 대내외 여건으로 인해 정부가 목표하는 경기 활성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는 반면 감세로 인해 장기 재정 건전성 확보에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예정처가 추산한 세법 개편시 세입 감소액은 향후 5년간 76조 6000억 원으로 정부 추산(60조 3000억 원)보다 13조 3000억 원 더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