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적용하는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올해 수준으로 동결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은 최근 가파른 금리 인상과 집값 하락 등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기존 계획대로 현실화율을 인상할 경우 실거래가격은 하락하는데도 공시가격이 오르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조세 저항이 불거질 우려도 있다. 현실화율 동결이 실행될 경우 내년 아파트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부담은 당초보다 일부 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4일 서울경제가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실팅센터 부동산팀장에 의뢰한 보유세 시뮬레이션 결과 내년도 공시가격 산정 시 올해 현실화율을 적용할 경우 서울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112㎡ 한 채를 보유한 A 씨가 내년 부담할 보유세는 3228만 9888원으로 추정된다. 이와 달리 기존 로드맵대로 내년 현실화율이 인상될 경우 A 씨 보유세는 3383만 1528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4일 공청회에서 제안한 공시가격 현실화율 동결안에 따르면 내년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 평균치는 올해와 같은 71.5%다. 시세 구간별로 △9억 원 미만 69.4% △9억~15억 원 미만 75.1% △15억 원 이상 81.2%다. 이는 정부가 2020년 수립한 당초 계획 대비 최대 3%포인트 낮아진 것이다. 기존 계획을 보면 내년 공동주택 평균 현실화율은 72.7%다. 9억 원 미만은 70%, 9억~15억 원 미만은 78.1%, 15억 원 이상은 84.1%로 올해보다 높은 현실화율이 적용될 예정이었다.
시장에서는 최근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내년 현실화율 인상은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고 있다. 우 팀장은 “최근 아파트 시세가 꾸준히 떨어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기존 계획에 따라 현실화율을 높인다면 공시가격 인상으로 보유세 부담이 늘어난다”며 “불안정한 시장 상황과 조세 저항 문제 등을 고려한 불가항력적 조치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시뮬레이션 결과 내년 공시가격 산정 때 올해 현실화율을 적용하면 보유세 부담이 올해보다 4%가량 줄어드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서초구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4㎡의 보유세는 당초 1948만 3802원에서 1861만 8317원으로 감소한다. 용산구 ‘한남더힐’ 전용 235㎡의 보유세도 5038만 726원에서 4823만 4787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중고가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서대문구 ‘DMC래미안e편한세상’ 전용 84㎡의 내년 보유세는 현실화율 인상 시에는 252만 4632원인 반면 현실화율 동결 시에는 248만 9352원으로 낮아진다.
다만 올해와 비교하면 보유세 부담은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1주택자 대상 공정시장가액비율 인하 조치가 내년에는 유효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올해에 한해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재산세는 60%에서 45%로, 종부세는 100%에서 60%로 내린 바 있다.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112㎡의 내년 보유세(3228만 9888원)는 올해 2575만 2432원보다 25.4% 증가한다.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4㎡는 올해(1456만 5312원)보다 27.83% 많은 보유세를 낼 것으로 분석됐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조세연에서 제시한 방안을 검토해 내년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수정안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조세연의 제안에 따라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 목표치를 현재 90%에서 80%로 낮추고, 현실화율 목표 달성 기간을 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청회에 참석한 패널들은 공시가격 현실화율 조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강성훈 한양대 정책학과 교수는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불형평성을 완화했지만 고가 주택에 대해서는 누진적으로 적용되고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지나치게 높게 형성돼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며 “모든 주택에 대해 현실 가능한 현실화율로 조정하고 균형성을 제고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