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중간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009540)이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 창업자 빌 게이츠가 설립한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업 테라파워에 3000만 달러(약 430억 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단순 선박 건조에서 나아가 중장기적으로 해상 원자력발전, 원자력 추진 선박을 개발해 미래 조선·에너지 시장 기술 선점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SK(034730)그룹이 약 3000억원 규모로 지분 투자를 하는 등 테라파워를 둘러싼 국내 기업의 러브콜이 잇따르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은 테라파워와 3000만 달러 규모 투자 계약을 체결하고 차세대 에너지 기술 투자에 나선다고 4일 밝혔다. 2008년 설립된 테라파워는 차세대 원자로 설계기술 나트륨(소듐냉각 방식)을 보유한 혁신 기업이다.
소듐냉각고속로, 용융염원자로 등 테라파워가 보유한 기술은 전력 생산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데다 대형 원전 대비 누출이나 폭발 사고 위험이 낮아 친환경 미래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소듐냉각 기술(SFR)은 고속 중성자를 이용한 핵분열을 통해 발생한 열을 액체 나트륨 냉각재로 전달하고 이 과정에서 증기를 발생시켜 전기를 생산한다.
한국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이 보유한 원자력 분야 역량을 활용해 신사업 기회를 찾고 중장기적으로 해상 원전, 원자력 추진선박 등 미래 기술을 선점한다는 방침이다.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SMR은 글로벌 탈 탄소 흐름 속에서 성장 가능성이 큰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지속적인 원자력 분야 기술 개발은 물론, 차세대 에너지 시장 선점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SK그룹도 지난 8월 테라파워에 3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다고 밝힌 바 있다. 투자전문 지주사인 SK㈜와 SK이노베이션(096770)이 지분 투자에 참여했다. 이번 투자에 따라 SK는 우리나라와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테라파워의 원자로 상용화 사업에 참여함으로써 무탄소 전력 수급을 통한 탄소 중립 실현에 앞장선다는 계획이다.
SK는 테라파워가 SMR 외에도 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인 ‘악티늄-225’(Ac-225) 생산 기술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자사가 기존에 투자한 바이오 기업들과의 협력을 통해 치료제 개발이나 위탁 생산 등 바이오 영역에서 다양한 사업 기회를 발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악티늄-225는 정상 세포 손상 없이 암세포를 표적 파괴하는 알파 치료제의 원료 가운데 가장 효과가 좋은 것으로 평가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