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연구팀, ‘유전자 가위’ 연구로 바이러스 면역 원리 규명

박현호 중앙대 약대 교수팀
‘크리스퍼’의 항바이러스 원리 밝혀
“인간 유전자 치료 기술에 응용 기대”

박현호 중앙대 약학대학 교수. /사진 제공=한국연구재단

박테리아(세균)가 바이러스의 공격을 막는 면역 원리를 국내 연구팀이 밝혀냈다. ‘유전자 가위’로도 불리는 ‘크리스퍼-카스(CRISPR-Cas)’ 시스템 연구를 통해서다. 이 시스템의 작동 원리를 한층 더 깊게 규명한 이번 연구결과는 향후 다양한 유전자 치료 연구에 응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연구재단은 박현호 중앙대 약학대학 교수 연구팀이 박테리아의 크리스퍼-카스 시스템이 바이러스의 공격을 막고 회복하는 원리를 규명했다고 6일 밝혔다.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뉴클레익 애시즈 리처시’에 최근 게재됐다.


박테리아의 크리스퍼-카스는 몸에 침투한 바이러스를 기억했다가 재침입 시 이를 제거한다. 바이러스도 ‘항크리스퍼’ 단백질을 통해 이런 면역 시스템을 무너뜨리는 능력을 갖추며 함께 진화했다. 박테리아는 다시 바이러스의 항크리스퍼 단백질을 무력화하는 능력을 가진 것으로 보이지만, 그 원리는 이제껏 밝혀지지 않았다.


박 교수팀은 박테리아가 가진 특정 단백질(Aca 단백질)을 통해 이 원리를 밝혀냈다. Aca 단백질은 바이러스의 항크리스퍼 단백질 기능을 떨어뜨리고 이를 통해 박테리아의 크리스퍼-카스 시스템을 정상적으로 작동시킨다는 것을 실험으로 확인했다. Aca 단백질이 어떻게 이런 역할을 하는지도 3차원 분자 구조 분석을 통해 밝혀냈다.


크리스퍼-카스 시스템은 유전자 편집 기술에도 쓰인다. 이번 연구는 이 시스템을 제어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해 유전자 질병 치료 연구에 기여했다는 의미도 있다. 박 교수는 “인간 유전자 치료 기술로 주목받는 크리스퍼-카스의 정교한 조절에 응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호 중앙대 약학대학 교수 연구팀이 밝혀낸 박테리아의 항크리스퍼 단백질 'Aca 단백질'의 분자 구조. /사진 제공=한국연구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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