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석유·가스 업계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올해 수백조 원의 ‘횡재’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이들 기업에 대규모 ‘횡재세’를 매겨 서민 에너지 보조를 위한 재원으로 쓸 계획이지만 하루 앞으로 다가온 중간선거에서 야당인 공화당이 승리할 경우 추진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5일(현지 시간) 시장 조사 업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글로벌상품인사이츠를 인용해 올 2분기와 3분기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된 석유·가스 기업들이 거둔 순이익이 총 2002억 4000만 달러(약 282조 원)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올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안팎의 고공행진을 한 영향으로 에너지 업계가 막대한 수익을 낸 것이다. FT는 “연말까지 이 흐름이 이어진다면 에너지 업계는 사상 최대 이익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미국 정유사 엑슨모빌의 올 3분기 순이익은 197억 달러로 1년 전보다 191% 늘었다. 또 다른 정유사 셰브런 역시 3분기에 전년 동기(61억 달러) 대비 80% 증가한 112억 달러를 순이익으로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말 정유사들이 ‘폭리’를 취하고 있다며 횡재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횡제세는 8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표심을 모으기 위한 정치적 ‘승부수’라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정유 업계를 대변하는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상하원을 모두 휩쓸 경우 횡재세 도입 여부는 매우 불투명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중국이 ‘시진핑 3기’를 맞아 엄격한 방역 기조인 ‘제로 코로나’를 완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시장에 퍼지자 수요 급증에 대한 기대감으로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브렌트유 가격이 4일 4~5%대로 크게 올랐다. 중국 정부가 방역 일변도 정책으로 인한 경제 피해를 만회하기 위해 지역별로 점진적으로 규제를 풀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는 것이다. 다만 6일 중국의 전국 신규 감염자가 4420명으로 최근 6개월 내 가장 많고 중국 보건 당국인 국가위생건강위원회 질병예방국 측도 “방역 완화는 없다”고 선을 그은 점은 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