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에 플라스틱 사용 감축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친환경에 지갑을 여는 '그린슈머'(Green+Consumer)가 늘어난 가운데 관련 수요를 선점하기 위해서다. 특히 정부가 2025년까지 폐플라스틱 발생량을 20% 줄이겠다고 밝힌 만큼 기업들의 탈(脫) 플라스틱 행보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6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국내 친환경 소비재시장 가치는 2001년 1조 5000억 원에서 2020년 30조 원으로 20배 성장했다. 같은 기간 친환경 관련 제품과 인증기업 수도 각각 300배, 20배 증가했다.
친환경 시장이 커지는 가장 큰 요인은 탈 플라스틱 바람이다. 환경오염에 민감한 소비자들이 많아지면서 친환경 패키지를 도입하려는 기업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사용주기가 짧은 포장재·용기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지난해 폐플라스틱 발생량은 2019년 대비 18% 증가했다.
플라스틱 저감에 나서고 있는 대표주자는 생수업계다. 동원F&B(049770)는 올해 초 '동원샘물' 500㎖와 2ℓ 제품의 무게를 각각 기존 대비 16%, 9% 줄이는데 성공했다. 이를 통해 연간 1200톤의 플라스틱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생수 브랜드 ‘삼다수’를 생산하는 제주개발공사는 원료부터 100% 재활용해 만든 친환경 페트를 개발했다. 이를 실제 삼다수 제품에 적용해 2030년까지 플라스틱 사용량을 50% 감축한다는 목표다. hy는 '쿠퍼스' 등 6개 제품의 용기 두께를 줄이고 뚜껑을 제거해 올해 들어 9월까지 총 125톤의 플라스틱을 감축했다. 향후 생산부터 판매까지 전 주기에 걸친 절감 시스템을 구축해 연간 700톤 이상의 플라스틱을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패션업계는 업사이클링(재활용해 제품 가치 업그레이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노스페이스가 제주도에서 수거한 폐페트병 100톤에서 섬유를 뽑아 제작한 'K에코 컬렉션'이 대표적이다. 아코디언 주름 모양의 니트백으로 유명한 플리츠마마는 기업과 손잡고 회사 내에서 발생한 폐플라스틱을 수거한 뒤 굿즈로 재탄생시켜주기도 한다. 코오롱FnC '래코드'는 아예 버려진 의류 재고로 옷을 만든다. 특히 코오롱스포츠는 내년까지 전체 상품의 절반에 친환경 소재를 적용할 예정이다. 의류 제작 주기가 짧아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꼽혀온 SPA(제조·유통 일괄) 패션의 대표 브랜드인 이랜드월드 스파오 역시 내년까지 데님 라인 전체를 친환경 소재로 제작한다는 목표다.
호텔 업계도 탈 플라스틱 행보에 동참한다. 조선호텔앤리조트와 파르나스호텔 등 대형 호텔들은 지난 4일 환경부와 업무협약을 맺고 고객이 배출한 투명 페트병이 오염되거나 다른 폐기물과 혼합되지 않도록 별도배출 체계를 구축해 운영하기로 했다. 페트병은 오염될 경우 재활용이 불가능해 이를 막기 위한 조치다. 아난티는 국내 호텔 최초로 용기부터 라벨까지 친환경 소재로 만든 생수를 전 객실에 비치해 제공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비자와 가장 가까운 산업인 만큼 친환경 이슈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새 고객을 유입하기 보다는 반(反)환경으로 기존 고객을 잃지 않겠다는 의지로 탈 플라스틱 행보에 동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