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왜 4시간 동안 쳐다만 봤나"…'자진사퇴·경질' 형식만 남았다

■국가안전점검회의서 작심 질타
이상민 장관·윤희근 청장 면전서
尹 "제도 미비탓 납득 안돼" 격앙
대통령실, 비공개회의 발언 공개
尹 "진상규명 후 엄중 책임 물을것
경찰업무 대대적 혁신 필요"
사태수습 후 인사조치 단행 예상
"국민께 죄송" 공개회의 첫 사과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재난안전관리체계 점검 및 제도 개선책 논의를 위해 열린 국가안전시스템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10·29 참사에 대한 국가 애도 기간이 끝나자 윤석열 대통령이 7일 곧바로 국가안전시스템점검회의을 소집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해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행정안전부의 수장인 이상민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등도 자리했다. 회의는 윤 대통령의 호통으로 시작됐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을 통해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위험에 대비하고 사고를 예방하는 경찰 업무에 대해서는 대대적인 혁신이 필요하다”고 질타했다. 이어 “이번 참사와 관련해 진상 규명이 철저하게 이뤄지도록 하고 국민 여러분께 그 과정을 투명하게 한 점 의혹 없이 공개하도록 하겠다”며 “그 결과에 따라 책임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그 책임을 묻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모두발언 이후 비공개로 전환된 회의의 분위기는 한층 심각해졌다.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이 경찰과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를 향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고 전했다. 특히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회의에서 한 중간과 마무리 발언을 날 것 그대로 전부 공개했다. 분량만 1만자에 달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이처럼 자세히 공개하는 건 전례가 드문 일로, 윤 대통령의 “국민에게 가감 없이 회의 내용을 전달하라”는 지시로 이뤄졌다.


윤 대통령은 윤 청장 등 지휘부를 향해 “(사고 당일) 아마 초저녁부터 한 (오후) 5시 40분~50분께 사람들이 점점 모이고 6시 34분에 첫 112 신고가 들어올 정도가 되면 아마 거의 아비규환의 상황이 아니었겠나 싶은데 그 상황에서 경찰이 권한이 없다는 말이 나올 수 있느냐”고 물었다. 사고 다음날인 30일 경찰은 재난안전기본법과 매뉴얼에 민간이 자발적으로 개최한 행사에 인원을 통제할 권한이 없다고 했고 이 장관도 언론 브리핑에서 “경찰을 많이 투입한다고 해서 막을 수 있는 참사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이 직접 사고 4시간 전에 신고 전화가 쏟아졌다며 사실상 경찰과 이 장관의 발언을 반박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재차 “(참사가)제도가 미비해서 생긴 것인가”라며 “저는 이건 납득이 안간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경찰을 향해 “여기에 사람들이 무지하게 많이 몰릴 것 같다든지 하는 그런 정보를 경찰 일선의 용산서가 모른다는 것은 상식 밖이라고 생각한다”며 “정보 역량도 뛰어나고 (한데) 왜 4시간 동안 물끄러미 쳐다만보고 있었느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장에 나가 있었지 않나"라며 “112 신고 안 들어와도 조치를 했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또 “6시 반부터 사람들이 정말 숨도 못 쉴 정도로 죽겠다고 하면, 현장에서 눈으로 보고 있었지 않느냐”며 “그걸 조치를 안 하느냐”고 재차 질책했다.




윤 대통령이 회의에서 10·29 참사와 관련해 경찰과 행안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책임을 묻겠다”고 한 만큼 윤 경찰청장은 물론 측근인 이 장관도 책임을 피하기 어려워지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 윤 대통령이 윤 청장과 이 장관의 면전에서 책임론을 거론하면서 이들에 대한 문책성 인사가 불가피해졌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자진 사퇴냐, 경질이냐의 선택지만 남았다는 주장도 있다. 진상 조사에서 드러날 사실에 따라 윤 대통령의 인적 쇄신의 강도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사고 직후부터 진상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주무 부처 장관을 포함해 책임질 사람은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을 일관되게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이 윤 청장은 진상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즉각 경질을, 이 장관은 사태 수습 후 자진 사퇴를 하는 형식으로 순차적 인사 조치를 단행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윤 대통령은 한편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임명했다. 이에 따라 18개 부처 장관이 모두 채워지면서 윤석열 정부는 181일 만에 1기 내각을 완성했다. 다만 이태원 참사 조사 결과에 따라 이 장관이 책임질 경우 내각은 다시 공백이 생길 수 있다. 이 장관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등 행안부가 처리해야 할 다양한 과제도 함께 안고 있다. 행안부 장관이 또 공석이 되면 국정과제 역시 미뤄질 공산이 크다. 이 장관도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사의를 표명한 적이 있는지를 질의하자 “사의 표명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재난안전관리체계 점검 및 제도 개선책 논의를 위해 열린 국가안전시스템점검회의에서 10·29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묵념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