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버스터 vs 터줏대감…대상포진 백신 격돌

GSK, 내달 '싱그릭스' 출시
MSD·SK바사와 대결 전망

GSK의 대상포진 백신인 싱그릭스. 사진제공=GSK

세계적인 대상포진 백신 강자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이 12월 국내에 출시하는 ‘싱그릭스’(사진)가 시장 판도에 끼칠 영향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두번째로 대상포진 백신을 자체 개발(SK바이오사이언스(302440))한 국가인 만큼 시장을 수성할 지 여부가 관건이다.


7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싱그릭스 국내 유통을 담당하는 GC녹십자와 광동제약(009290)은 12월 출시와 동시에 시장을 조기 접수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2020년 기준 미국에서 시장 점유율 98%를 달성하는 등 앞서 출시된 국가에서 시장을 평정한 것처럼 내년 국내 대상포진 백신 시장을 ‘올킬’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GC녹십자는 국내 백신 유통의 최강자이고 과거 한 때 MSD 대상포진 백신을 유통한 적이 있어 이 시장을 누구보다 잘 안다는 점이 강점이다.


세계 대상포진 백신 시장은 2017년까지 글로벌 제약사 MSD의 ‘조스타박스’가 독점했다. 그러다 그 해 SK바이오사이언스가 ‘스카이조스터’를 출시하면서 독점 구조가 깨졌다. 현재 국내 대상포진 백신 시장은 연간 700억~800억 원 선이며 한국MSD와 SK바이오사이언스가 대략 50대 50으로 양분하고 있다. GSK의 싱그릭스는 2017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아 2018년부터 판매되며 단숨에 ‘블록버스터’로 떠올랐다. 2020년 기준 세계 시장에서 19억 8900만 파운드(약 3조1500억 원) 어치가 팔려 그 해 전체 의약품 판매 랭킹 45위에 올랐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9월 품목 허가를 받았다.





기존 대상포진 백신들에 비해 싱그릭스가 보유한 강점은 높은 예방률이다. GSK 측은 50세 이상을 대상으로 한 임상 3상 시험 결과 약 97% 이상 대상포진 예방효과가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반면 스카이조스터와 조스터박스의 예방률은 60~70% 수준이다. 단점도 있다. 기존 백신이 한 번만 맞는 방식인 반면 싱그릭스는 2달 간격으로 2번 맞아야 한다. 가격도 비싼 편이다. 조스타박스와 스카이조스터는 시중에서 14~18만 원 선인데 비해 싱그릭스는 두 번 맞으려면 40만 원 가량 들 것으로 보인다. 물량 면에서도 한국 공급 물량이 얼마나 배정될지가 미지수다.


마지막 남은 시장 변수는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한대로 대상포진 백신이 국가필수예방접종사업(NIP)에 들어가느냐다. 현재 60곳 넘는 지방자치단체가 65세 이상에게 무료 접종 혜택을 주고 있지만 국가 무료백신이 될 경우 시장이 훨씬 커진다. 대상포진 백신이 국가 사업이 될 경우 가격 경쟁력이 있는 스카이조스터와 조스타박스가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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