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순천향 병원, 구급차 80대 몰린 이유…소방 "CPR 아닌 차량은 알아서 가라"

신고 이후 CPR 환자, 차량정체, 병원 수배 등으로 혼란
소방서장 "사망자, CPR 환자 순천향병원으로 집결" 지시

30일 새벽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용산소방서장이 “CPR 환자를 순천향병원으로 집결하라”고 전하는 무전 기록.

이태원 참사 당일 소방의 병원 수배 요청에 “CPR 아닌 차량은 각지에서 알아서 가라”고 지시할 정도로 다급했던 당시 무전 기록이 드러났다. CPR 환자를 이송할 병원 수배 요청이 계속되자 결국 용산소방서장이 사망자와 CPR 환자를 순천향병원으로 집결하라고 지시하면서 환자들이 모두 순천향병원으로 몰리는 사태가 벌어졌던 것으로 보인다.


7일 서울경제가 확보한 이태원 참사 당일 소방 무전기록에 따르면 당시 급격히 늘어나는 CPR 환자와 차량정체, 부족한 인력, 병원 수배 등으로 혼란한 상황이 지속됐다.


무전기록에 따르면 사고 당일인 29일 22시 38분경 소방은 “의식 없는 3명 구급환자가 있다고 신고가 들어왔다”고 무전했고 22시 42분경 “15명 정도 CPR 실시 중”이라며 대원들을 추가로 요청했다. 이후 “(CPR 환자가) 15명이 넘는다”며 무전했고 23시께는 “건물 후면에서 30명정도 CPR 실시 중”이라고 알렸다. 23시 9분 경에는 용산소방서장이 “CPR 환자가 하도 많아 지금 몇 명인지 셀 수도 없다”면서 해밀톤 호텔 뒤편으로 소방력을 보내달라고 추가로 요청했다.


이후로도 “통제가 안 된다”, “경찰력을 빨리 추가 배치하도록 하라”는 무전이 계속됐고 늘어나는 CPR 환자를 이송하기 위한 병원 수배 요청 무전이 오갔다. 그러나 23시 31분 “대퇴부 골절 병원 수배좀 해달라”는 한강로 구급 무전에 구급상황관리센터는 “CPR 아닌 차량은 각지에서 알아서 가도록”이라고 무전할 만큼 혼란한 상황이 지속됐다.


병원을 선정해달라는 무전이 이어지자 24시 8분께 용산소방서장은 “지금부터 나오는 사망자와 CPR 환자를 순천향병원으로 집결토록 한다. 그쪽으로 보내라. 그리고 순천향대학병원 의사를 현장으로 좀 파견하도록 하라"고 무전했다.


사고 당일 이태원 사고 현장과 직선거리 1㎞에 있는 순천향대 서울병원에는 참사 직후부터 다음날 오전까지 82명의 환자가 이송됐다. 순천향대병원은 사망자가 과도하게 많이 이송돼 병원 측에서 이송 중단을 요청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