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00억 원? 턱도 없죠.”
4일 금융 당국은 ‘금융시장점검회의’를 열고 단기자금시장 경색을 위한 추가 대책과 기존 대책의 경과를 알렸다. 대형 증권사 9곳의 중소형 증권사 지원 방안에 이목이 쏠렸다. 시장에서는 1조 원 지원을 예상했지만 논란 끝에 9개사가 4500억 원을 내기로 했다.
관건은 ‘실효성’이었다. 일찍이 시장에서는 1조 원으로는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올 연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증권사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과 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 규모는 20조 4871억 원이다. 내년 상반기까지는 75조 7707억 원에 달한다. 금융 당국자에게 4500억 원 정도면 효과가 있겠느냐고 물었다. 돌아온 답은 “턱도 없다”였다.
현재는 단기자금시장 경색이 시스템 리스크로 번질 중차대한 위기 상황이다. 이때 금융 당국은 본인들 입으로도 ‘턱도 없는’ 대책을 내놓았다고 했다. 보여 주기식 대책을 내놓았다고밖에는 달리 해석할 길이 없었다. 이번 대책을 위해 금융 당국은 관치 금융 논란에 직면하고, 대형사 9곳은 일부 배임 책임까지 감내했다.
턱도 없는 대책을 낸 게 무안했는지 이날 당국은 새로운 대책을 내놓았다. 당국자는 “진짜 효과 있는 대책은 따로 있다”며 “증권사가 자체 보증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ABCP를 직접 매입하도록 기존 시행령의 유권해석을 명확히 했다”고 귀띔했다. 금융 투자 업계의 요청에 따른 정책 대안으로 상당한 효과를 기대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정말 효과가 있을지 증권사 담당자에게 물어봤다. “자기자본으로 PF ABCP를 매입하게 해준 것은 긍정적인데 문제는 이걸 살 유동성이 없습니다….”
금융 당국이 하루가 멀다 하고 여러 대책을 쏟아내지만 단기자금시장 경색은 좀처럼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경색이 치명상으로 번지지 않고 내년 상반기까지 금융회사나 건설사들이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가 여의도에 가득하다. 시장 여건은 턱도 없는 보여 주기식 대책을 내놓을 만큼 한가하지 않다. 당국은 지금이라도 정책 자금의 매입 기준 현실화 등 유동성 공급 의지를 확실히 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