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당시 사고 현장에서 불법 주정차된 차량을 제때 처리하지 못한 탓에 119 구급 대원들의 도착이 지연됐다는 소방의 무전 기록이 공개됐다. 사고 현장에서 이태원119안전센터 다음으로 가까운 서빙고119안전센터가 참사 발생 직후 오후 10시 18분께 관제대의 지령을 받고 출동했지만 차량 정체로 평소 이동 시간의 3배가량 시간이 소요됐다. 이들이 출동한 길목에는 30여 분 전부터 불법 주정차를 해결해달라는 민원이 경찰과 구청에 빗발친 것으로 전해졌다.
7일 서울경제가 단독으로 입수한 용산구 이태원동 소방 무전 녹취록에 따르면 서빙고 센터는 오후 10시 18분께 서울종합방재센터 종합상황실의 지령을 받고 출발한다. 하지만 극심한 차량 정체 탓에 서빙고 센터 구급대원은 10시 31분이 넘어서야 도착했다. 서빙고 센터 구급 대원은 현장 출동 중 10시 24분께 다른 대원들에게 “차량 정체 참고하라”는 내용의 무전을 전하기도 했다. 이에 한강로 센터는 “차량 정체 심함”이라고 답했다. 한강로 센터 구급 대원은 10시 46분이 돼서야 현장에 도착했다.
29일 참사 당일 오후 10시 18분부터 30일 오전 10시 26분까지 기록된 소방 구급대원들의 녹취록에는 ‘차량 정체’라는 단어가 8번이나 등장한다. ‘(정체로 인한) 도보 이동’도 13회, ‘차량 진입 곤란’도 4회나 언급됐다.
서빙고 센터와 한강로 센터는 사고 발생 현장인 해밀톤 호텔 옆 골목에서 이태원 119안전센터 다음으로 가깝다. 평일 오후 기준으로는 차량으로 각각 5분, 8분 정도 소요되는 거리에 있다.
하지만 사고 당일 불법 주정차된 차량들이 제때 정리되지 못한 탓에 차량 정체가 길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빙고 센터는 10시 20분께 “경찰 인력 좀 독촉해달라”는 요청을 관제대에 전달하기도 했다. 경찰이 공개한 이태원파출소 112 신고 기록에 따르면, 사고 당일 오후 6시부터 10시 15분가지 93건의 신고 중 43건은 교통 마비를 정리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이중 14건은 불법 주정차된 차량들로 정체가 심화되고 있다는 내용이다. 경찰도 초기에는 용산구청에 해당 사실을 통보하고 사건을 종결했으나 이후에는 핼러윈 파티로 교통이 원활하지 않음을 안내만 하고 사건을 종결했다.
특히 사고 발생 30분 전인 오후 9시 45분께는 용산구청 앞 도로 정체가 심각하다는 내용의 112 신고가 5분 동안 6건이나 빗발쳤다. 용산구청 앞 도로는 서빙고 센터에서 해밀톤 호텔로 진입하는 길목에 있다. 불법 주정차 관련 민원은 이태원역 삼거리 인근에도 이어졌다.
사고 당일 기록된 소방 녹취록에 ‘경찰 인력’이 언급된 횟수는 모두 28차례에 달했다. 용산경찰서장은 이날 밤 12시 구급차 통행로 확보를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