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 성장' 덮치는데…"엄동설한 증시 외투마저 벗기는 격"

[ 尹정부 "2년 유예"에도…巨野 '금투세 폭탄' 역주행]
기관들 성장률 1%대 전망 잇따라
정부도 내달 하향 조정 발표 예상
"금융시장 불안 충격 자제" 언급도
野 과세기준 3000만원까지↓ 시도
불확실성 커져 증시 큰손 이탈 우려
정책 뒤집히면 정부 신뢰 무너져
"현 시점에서 도입은 혼란만 초래"

국내 한 시중은행의 딜링룸 내부 전경. 연합뉴스

세정 당국인 기획재정부 내부에서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은 수십 년 묵은 과제로 통한다.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하고 세원(稅源)을 넓히면서 이중과세 구조를 해소한다는 3대 원칙 아래서 볼 때 금투세 시행 자체가 일종의 숙원 사업이었다. 또 고령화에 따라 재정지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우리나라의 경제구조상 어느 정도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시각도 있다.


문제는 도입 시점이다. 우리 경제에 한파가 몰려오고 있는 시점에 굳이 민간에 세수 부담을 더해 외투를 벗길 필요는 없다는 게 상당수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 7일 기재부 등 관계 부처에 따르면 내년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대 진입이 유력하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각각 2.0%, 2.2%의 성장 전망치를 내놓기는 했지만 주요 민간 기관들은 일제히 1%대 전망으로 돌아섰다.


기관별로 보면 글로벌 신용평가기관인 피치가 1.9% 성장을 예상했고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이보다 더 낮은 1.8%를 제시했다. 정부는 당초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내년도 성장률을 2.6%로 제시했으나 다음 달 발표하는 ‘2023년 경제정책방향’에서는 이를 하향 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차기 유력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으로 거론되는 조동철 선임 연구위원은 이날 한 세미나에서 “우리나라가 코로나19 위기 이후에도 수출 호조로 경기를 방어해왔지만 내년에는 1%대 성장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 직후 금투세 도입을 2년 유예한 배경에는 이 같은 위기감이 자리 잡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지금 금융시장이 굉장히 불안한 상황이기 때문에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는 것은 자제해서 넘어갔으면 하는 게 정부의 입장”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역사적 사례도 있다. 대만의 경우 1973년과 1989년·2013년 모두 세 차례에 걸쳐 주식양도세를 도입하려다 시행 시점에 주식시장이 폭락해 결국 정책을 철회한 전례가 있다. 특히 1989년에는 9월 제도 시행 이후 한 달 새 자취엔지수가 30% 넘게 급락하는 ‘참사’를 겪기도 했다.


가뜩이나 불안한 시장에 야당이 불확실성을 더 키우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지금 경제팀은 살얼음판 위를 걷는 심정으로 정책을 실행하고 있다”며 “정부가 2년 유예 선언한 것을 야당이 독단적으로 뒤집으면 그 자체로 정부 신뢰가 무너지면서 불확실성을 키우게 된다”고 설명했다. 최근 채권시장 불안 사태가 강원도의 채무 불이행 우려에서 시작된 것처럼 정부 불신이 누적될 경우 긴급 상황에서 정부의 ‘소방수’ 역할이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이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조세 행정의 기본은 예측 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인데 정부가 이미 유예를 밝힌 마당에 야당이 무리하게 시행 시기를 앞당기면 대규모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모든 정부 규제의 특성상 일단 제도가 시행되고 나면 점점 규제 강도가 세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실제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는 기본공제 5000만 원과 최고세율 25%(과세표준 3억 원 초과 기준)가 지나치게 낮아 장기적으로 이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추진되는 제도하에서는 과세 인원이 전체 투자자의 1% 미만에 불과하므로 점진적으로 과세 대상을 넓혀나가야 한다는 논리다.


현행 소득세법은 상장 주식을 10억 원 이상 보유하거나 주식 지분율이 일정 규모(코스피 1%·코스닥 2%·코넥스 4%) 이상인 ‘대주주’만 주식 양도차익에 대해 20%(과세표준 3억 원 초과는 25%)의 세금을 내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금투세가 도입되면 대주주 여부에 상관없이 5000만 원이 넘는 주식 투자 소득에 세금을 내야 하고 이를 만약 3000만 원으로 낮추면 그만큼 납세자가 늘어나게 된다.


이와 더불어 금투세 도입과 관련해 야당이 내세우는 ‘부자 감세’ 반대 논리에도 허점이 많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일단 제도가 도입되면 상당수 큰손 투자자들이 연말 시점에 절세 목적의 매도 물량을 쏟아내 결과적으로 소액 개미투자자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는 점에서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경제주체들의 어려움이 큰 상황에서 추가적인 부담을 굳이 만들 필요가 없는 만큼 시행 유예가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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