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장관이 7일 방송인 김어준 씨와 황운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두고 ‘직업적 음모론자’라고 말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파행을 겪었다. 김 씨와 황 의원의 무분별한 의혹 제기를 비판하기 위함이었다고 하지만 국회에서 국무위원이 현역 국회의원을 향해 모욕적인 발언을 한 것이어서 야당 의원을 중심으로 격렬한 반발을 샀다. 우원식 예결위원장은 네 차례에 걸쳐 사과를 요구했으나 한 장관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답하는 과정에서 이같이 말했다. 조 의원은 한 장관에게 “한 장관이 추진하는 마약과의 전쟁이 이태원 참사의 원인이라는 (김 씨의) 주장은 황당한 것이냐”고 물었다. 한 장관은 이에 대해 “김 씨나 황 의원 같은 직업적인 음모론자들이 국민적 비극을 이용해 정치 장사를 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한 장관은 “공당이 (음모론적 주장에) 가담해서는 안된다”며 “(민주당) 전체까지는 모르겠지만 가세하는 분들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한 장관의 발언에 야당 의원들은 격한 반응을 쏟아냈다. 윤영덕 민주당 의원은 “국회의원을 직업적 음모론자라고 평가하는 국무위원의 발언은 경악스럽다”고 비판했다. 김한규 민주당 의원은 “황 의원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면 그렇다고 이야기하면 될 일이지 어떻게 그런 말을 하느냐”며 “우 위원장이 한 장관을 경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용기 민주당 의원 역시 “국무위원이 국회 증언 과정에서 명백하게 국회를 모욕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 소속인 배현진 의원마저도 “(한 장관이) 황 의원을 향해 적업적인 음모론자라고 한 것이 맞다면 야당 의원들의 지적대로 국무위원으로서의 품격에 맞지 않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우 위원장은 한 장관에게 사과를 요구했으나 한 장관은 “저는 음해를 받은 당사자로서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한 장관의 대답을 들은 우 위원장은 잠시 멈칫 하며 한참 동안 한 장관을 바라본 뒤 “국무위원이 국회의원을 향해 직업적인 음모론자라고 하는데 회의가 진행될 수 없다”며 정회를 선포했다.

약 한시간이 지난 뒤 속개된 예결위에서도 재차 우 위원장이 사과를 요구했으나 한 장관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 장관의 발언을 둘러싼 논란에 이날 예결위 종합정책질의는 정회와 속개를 거듭하다 자정을 넘겨 차수를 변경했다. 한 장관은 이 과정에서 우 위원장의 사과 요구를 다섯 차례 거절했다.

한편 이날 예결위에서는 한덕수 국무총리 역시 논란이 됐던 외신 기자간담회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 분도 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 의원은 이날 한 총리에게 “경위와 무관하게 국민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해드린 점을 사과한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기자간담회 중 농담을 한 것이) 구체적 설명을 한다면 납득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말이냐”고 따졌다. 이에 한 총리는 “당시 통역기가 잘 작동하지 않아 굉장히 불만이었고 이에 대한 이해를 구하는 과정이었다”며 다른 해외 언론은 별다른 문제를 삼지 않았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이어 김 의원이 “한 총리의 답변이 무례했다는 외신 기사도 있고 당시 농담을 한 뒤 외신 기자들의 질문이 날카로워졌다”고 지적하자 한 총리는 “그런(부정적인) 평가도 있을 수 있지만 긍정적인 평가를 한 분도 있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