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트위터 등 '빅 테크'가 대대적 감원에 나선 데 이어 글로벌 대형 로벌들도 채용 규모를 줄이고 있다. 경기침체 우려 속에 기업 간 인수합병(M&A)이 줄어들며 로펌 수입도 타격을 받자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7일(현지시간) 톰슨로이터연구소의 분석을 인용해 미국에 본사를 둔 160개 이상의 글로벌 로펌의 올해 3분기(7~9월) M&A 인력 수요가 전년 동기 대비 14% 가까이 줄었다고 보도했다. 연구소가 집계한 로펌들의 수익성은 2006년 관련 집계가 시작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분석가들은 "2008~2009년 금융위기 때와 마찬가지로 로펌들이 인력 감축을 통해 비용을 줄여야 한다는 압력에 직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력 감축 징후는 이뿐만이 아니다. 미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올해 8~9월 미국에서만 1만 3000개 이상의 법조 분야 일자리가 사라졌다. 이 일자리는 10월에 3500개 늘며 반등하긴 했지만 이전 두 달간의 감소분을 메울 정도는 아니다. 분석업체 레오파드솔루션스 자료를 보면 지난달 미국 법률 분야의 수백 개 구인 공고가 철회됐으며, 기업공개(IPO) 지원 사업으로 유명한 로펌 건더슨데크머는 신규 채용 변호사들의 근무 개시 날짜를 10월 말에서 내년 1월로 연기했다.
최근의 분위기는 '변호사 붙잡아두기' 경쟁이 벌어졌던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풍경과 대조적이다. FT는 "팬데믹 기간 미국 등 주요 국가들의 경기부양책이 증시 호황과 기록적인 M&A로 이어지면서 로펌들은 급증하는 고객 수요에 발맞추기 위해 직원 채용을 서둘렀다"며 "올해 1월까지만 해도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로펌들은 변호사들의 경쟁사 이직을 막기 위해 급여와 보너스를 가파르게 인상했다"고 설명했다. 법조분야 구인구직 기업인 메이저·린지&아프리카가 변호사 181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 파트너 변호사의 임금은 2020년 팬데믹 이후 15% 증가했다. 올 여름 기준으로 하면 평균 112만 달러(약 15억 5000만원)에 달한다.
결국 경기침체 우려에 M&A 시장도 위축되면서 M&A에 깊숙이 개입하던 로펌들도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영국 런던의 대형 로펌 소속 변호사는 단기보다는 장기 고용을 계획하고 있다면서도 “작년엔 많은 사람들이 기술 투자와 M&A에 대해 긍정적인 이야기를 했지만 이런 분위기는 확실히 바뀌었다”고 전하며 시장 상황이 인력 채용에 영향을 미쳤음을 시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