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9월까지 빚을 갚지 못해 법원에 파산을 신청한 법인이 10%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물가·환율 등 ‘3고(高) 사태’로 기업들의 자금 사정이 악화하는 가운데 경기 침체의 어두운 그늘까지 드리우면서 한계 기업들의 줄도산이 본격화했다는 우려가 나온다.
8일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올 9월 말 누계 기준으로 전국 14개 법원에 접수된 법인파산은 총 73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5%(64건) 늘었다. 법원행정처가 전산으로 관련 집계를 시작한 2013년 이래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월별로도 2월(57건)과 6월(73건)을 제외한 전 구간에서 법인파산 신청 건수가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다.
법인파산은 법인이 채무를 변제할 수 없는 지급불능 상태 또는 부채가 자산을 초과하는 부채초과 상태에 빠졌을 때 법원의 힘을 빌려 회사를 정리하는 제도다. 불황이거나 경기 전망이 불투명해 기업회생 가능성이 낮을 때 법인파산 신청이 늘어난다. 실제로 법인파산 신청은 7월을 기점으로 석 달 연속 증가했다. 7월 법인파산 신청은 96건으로 전년 동기(88건) 대비 9.09% 늘었고 8월 104건(36.84%), 9월 86건(4.87%)으로 각각 상승했다.
가파른 금리 인상에 경기 침체까지 더해지면서 기업회생절차 대신 법인파산을 선택하는 법인들도 늘고 있다. 올해 9월 말 누계 기준 기업회생 신청 건수는 454건으로 법인파산의 3분의 2 수준에 그쳤다. 법인파산 대비 기업회생 신청 비율은 2020년 83.07%로 100% 벽이 깨진 뒤 2021년 77.74%, 2022년 61.52%로 3년 연속 감소했다. 변제 능력이 없는데 경기 전망도 암울해 ‘빚을 갚느니 차라리 문을 닫겠다’는 법인들이 늘고 있다는 얘기다. 산업계는 내년도 경제성장률이 1%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한계기업들의 줄도산이 본격화할 경우 가계는 물론 다른 기업들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한다. 과거 경제위기를 되짚어보면 우리 경제의 취약한 고리인 한계기업들의 줄도산이 위기의 도화선이 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기 부진과 금리 인상이 겹치는 시기에는 원리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취약 기업부터 무너진다”며 “앞으로도 이 같은 경제 환경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선제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