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특수본의 '뒷북' 지휘부 압수수색

박우인 사회부기자


“처음부터 경찰청장실과 서울경찰청장실, 용산서장실을 압수수색해야 하지 않았나요.”


이태원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의 1차 압수수색 후 진행된 7일 언론 브리핑에서 기자들은 의문을 자아냈다. 특수본이 압수수색을 진행하던 당시에도 윤희근 경찰청장과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등 지휘 체계 붕괴가 초동 대응 실패로 이어졌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었던 탓이다. 당시 특수본 관계자는 수뇌부와 관련 의혹이 제기되기 전 압수수색이 이뤄졌다는 궁색한 변명을 내놨다. 특수본은 언론과의 첫 브리핑 때부터 지휘부 수사에 대한 질문에 “전제를 깔고 수사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며 신중한 태도로 일관했다.


지휘부 수사에 미온적이었던 특수본의 입장이 하루아침에 돌변했다. 특수본은 8일 경찰청장과 서울경찰청장 등 지휘부 집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전격적으로 진행했다. 특수본의 태도 변화는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긴다. 2차 압수수색이 공교롭게도 경찰 지휘부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강한 질책 이후 하루 만에 이뤄졌기 때문이다.


1차 압수수색 전에도 이임재 전 용산서장은 물론 상관인 김 서울청장, 윤 청장 등 지휘부가 참사 당시 초동 대응에 실패한 정황은 언론 보도를 통해 연일 보도되고 있었다. 1차 압수수색 때와 달라진 상황은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에 대한 국정 최고지도자의 강력한 의지뿐이다. 2차 압수수색이 ‘뒷북’’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156명이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사망한 사상 유례 없는 대형 참사 속에서 경찰의 거듭된 뒷북 대응을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은 참담하다. 경찰이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는 길은 진상규명을 명백하게 하나부터 열까지 밝히는 것 뿐이다. 특수본 수사는 출발부터 ‘제 식구 감싸기’라는 족쇄를 찬 채 출발했다. 지휘부에 대한 수사가 뒤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특수본 스스로가 수사의 공정성과 독립성 우려라는 족쇄를 깰 ‘전화위복’의 기회가 마련됐다. 특수본이 일선 경찰관부터 지휘부까지 참사 원인을 밝히는 데 ‘성역’을 두지 않는다면 이태원 참사 같은 비극은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