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2 프로야구 KBO리그 한국시리즈 6차전 경기에서 키움을 꺾고 우승을 차지한 SSG 한유섬과 구단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트로피를 들고 선수들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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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싹쓸이” 새내기 구단주 다짐 2년 만에 현실로
“야구판에서 싹쓸이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야구에 열정적이면 본업(유통업)과 연결해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해 3월 30일 오전 12시 30분. 정용진 신세계(004170)그룹 부회장이 음성 기반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클럽하우스에 등장했다. 자정을 넘긴 시간, 약 1시간 20분간 이어진 정 부회장의 이야기는 대부분 ‘야구’에 관한 것이었다. 대화방에 참여해 귀를 기울인 사람들의 주된 관심사 역시 야구였다. 프로야구단 SSG 랜더스의 정용진 ‘구단주’는 이날 오후 6시 열릴 창단식에 앞서 SNS에서 더 많은 사람에게 야구단의 비전과 목표를 밝혔다. 그리고 “목표는 무조건 우승”이라던 새내기 구단주의 다짐은 창단 2년 만에 현실이 됐다.
| 8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2 프로야구 KBO리그 한국시리즈 6차전 경기에서 SSG의 우승이 확정되자 구단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선수들과 기뻐하고 있다./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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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랜더스는 지난 8일 인천 랜더스필드에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키움히어로즈에 4 대 3 승리를 거뒀다. 2 대 3으로 끌려가던 6회 말 김성현이 좌중간을 가르는 2타점 역전 결승 2루타를 치며 승부를 뒤집었다. 이로써 SSG랜더스는 시리즈 전적 4승 2패로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SSG랜더스가 창단 2년 만에 쓴 기록은 그야말로 ‘마법’에 가깝다. KBO 리그 최초 ‘와이어 투 와이어’(개막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1위 유지) 우승, 정규리그·한국시리즈 통합 우승, 전 구단 홈경기 관중 수 1위… KBO 리그 역사에서 신생 구단의 이 같은 활약은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 마법 같은 성과의 주역으로 선수 못지않은 주목을 받은 이가 있으니 바로 정 부회장, 일명 ‘야구에 진심인 용진이 형’이다.
| 8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2 프로야구 KBO리그 한국시리즈 6차전 경기에서 키움을 꺾고 우승을 차지한 SSG 추신수(오른쪽)와 구단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기뻐하고 있다./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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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 SSG 랜더스가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2 프로야구 KBO리그 한국시리즈 6차전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승리해 우승이 확정되자 SSG 구단주인 정용진(왼쪽)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김광현과 포옹하고 있다./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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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영입부터 시설 지원·응원까지…구단주 겸 응원단장 정용진
정 부회장은 선수 영입부터 본인이 직접 등판하며 공을 들였다. 창단과 함께 한국 출신 최고의 메이저리거 추신수를 깜짝 영입했던 SSG랜더스는 올해 SSG의 전신인 SK와이번스의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메이저리그에서 큰 활약을 보여준 김광현과 역대 최고 금액인 4년 151억 원에 계약하기도 했다. 두 메이저리거 영입은 정 부회장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이뤄졌다. 실제 김광현은 KBO 복귀와 함께 밝힌 소감에서 “미국에서 (정용진) 구단주님과 SSG가 리그 발전을 위해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는 것을 보며 함께하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밝힌 바 있다. 선수들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은 결과 올해 SSG랜더스의 평균 연봉은 2억 7044만 원으로 프로야구 10개 구단 중 가장 높다. 정 부회장은 선수단 기량 향상을 위한 시설 개선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올 2월에는 2군 경기장인 SSG퓨쳐스필드 실내 연습장에 약 5억 원 규모의 공조 시스템을 구축, 혹한기와 혹서기 선수단 훈련 효과를 높이도록 지원했고, 3월에 1군 경기장 SSG랜더스필드 내에 있는 클럽하우스와 홈, 원정 덕아웃 및 부대시설에 약 40억 원을 들여 전면 리모델링을 완료했다. 높은 연봉과 시설 투자 등 금전적인 부분에서의 지원이 전부는 아니다. 1·2군 가리지 않고 소속 선수들의 얼굴과 이름을 외우고, 이들을 초청해 직접 만든 요리를 대접하는가 하면 ‘응원단장’을 자처하며 주요 경기 현장을 찾아 관람하는 등 애정을 200% 표현하자 선수들의 사기도 진작됐다. 정 부회장은 올해만 홈구장인 랜더스필드를 마흔 번 이상 찾았다. 홈구장에서 열린 72경기 중 절반 이상을 직관한 셈이다.
| 이마트가 SSG랜더스의 KBO 최초 정규시즌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기념하고 통합 우승을 기원하기 위해 지난달 '언더마이카'와 손잡고 출시한 협업 의류/사진 제공=이마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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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세계L&B가 SSG랜더스의 KBO 최초 정규시즌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기념해 선보인 샴페인/사진 제공=신세계L&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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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부회장이 야구단 창단 당시 공언했던 ‘본업과의 연결’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다. 성적과 야구 흥행을 바탕으로 굿즈, 계열사 협업 등 SSG 랜더스 관련 마케팅이 좋은 실적을 거두며 신세계 그룹의 본업에도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이마트(139480)는 올 4월 SSG랜더스필드에 140여 종의 상품을 판매하는 SSG 랜더스 굿즈숍을 오픈했는데 야구팬들로부터 인기를 끌면서 이마트 전국 점포로 판매처를 확대하고 있다. SSG닷컴의 경우 4월 2~8일 진행한 랜더스데이 기간 매출이 전주 대비 30% 증가했고, 한정판 유니폼도 잇따라 완판되며 협업 효과를 누렸다.
| 한 야구 관람객이 인천 SSG랜더스필드점에서 노브랜드 버거를 구입하는 모습(왼쪽)과 SSG 랜더스와 연계한 신세계 주요 계열사의 협업 마케팅 및 야구 투자 내용/사진·자료=신세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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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푸드(031440)가 운영하는 노브랜드 버거 역시 SSG랜더스 창단 후 SSG랜더스필드 내 전광판 및 TV, 모바일 중계를 통해 광고를 노출하고 있다. SSG 랜더스가 프로야구 정규시즌 선두권에 올라선 지난해 5월 노브랜드버거 (86개 점)의 매출액은 4월 대비 3% 증가했다. 특히 SSG랜더스의 연고지인 인천 지역 지점 6곳의 매출액은 11%나 뛰었다. 노브랜드 버거 100호점인 SSG랜더스필드점은 해당 매장에서만 맛볼 수 있는 야구장 전용팩을 출시하는 등 야구장 맞춤형 매장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신세계푸드는 SSG랜더스와 협업을 통해 가정간편식 랜더스 스낵 3종을 출시했는데, 일 평균 500여 개의 판매고를 올리며 출시 2달 만에 누적 판매량이 5만 개를 넘어섰다. 신세계그룹은 이번 우승을 축하하기 위해 주요 유통 계열사가 참여하는 기념 이벤트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지난해 10월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에 있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텍사스 레인저스의 최신식 돔구장인 글로브 라이프 필드를 방문해 둘러보고 있다. 정용진 부회장 SNS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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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몰+돔구장 프로젝트…라이프 스타일 센터 비전
정 부회장의 큰 그림은 ‘야구 우승’을 넘어 ‘고객 경험의 확장’에 방점을 찍고 있다. 야구장을 찾은 고객이 단순히 야구를 보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각종 이벤트와 마케팅을 통해 신세계그룹의 다양한 콘텐츠를 체험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 일환으로 신세계는 2027년 완공을 목표로 인천 청라에 복합쇼핑몰 스타필드와 야구 돔구장을 함께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인천광역시와 추진하고 있다. 야구를 본 관객을 바로 쇼핑몰로 흡수해 ‘신세계 유니버스’에 오래 머물도록 하겠다는, 야구장을 일종의 ‘라이프 스타일 센터’로 변화시키겠다는 구상이 하나 둘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신세계그룹의 한 관계자는 “정용진 부회장은 랜더스 경기 대부분을 챙겨볼 뿐만 아니라 타 구단 경기 하이라이트까지 챙겨볼 정도로 야구에 대한 애정이 깊다”며 “정 부회장의 야구 사랑은 신세계그룹의 사업과 랜더스의 야구를 연결하는 것을 넘어 대한민국 야구판 전체를 키우고자 하는 노력으로 팬들에게 다가갈 것”이라고 말했다.
| 8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2 프로야구 KBO리그 한국시리즈 6차전 경기에서 키움을 꺾고 우승을 차지한 SSG 선수들이 구단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을 헹가래치고 있다./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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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부회장은 우승 직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선수들로부터 헹가래를 받는 사진과 함께 ‘내년에도 이거 받고 싶음, 중독됐음’이라는 글을 올렸다. ‘무서운 신생팀’에서 2년 만에 ‘우승팀’ 타이틀을 거머쥔 SSG 랜더스가 내년에도 우승 세리머니를 할 수 있을지, 신세계 계열사와의 협업 마케팅도 ‘수익 홈런’을 이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