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최성범(52) 용산소방서장이 이태원 참사 당시 소방대응단계를 신속하게 발령하지 않은 경위를 수사 중인 것으로 9일 파악됐다.
특수본 관계자는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내부 문건과 보디캠 현장 영상, 소방 무전 녹취록 등 수사 상황을 종합해 입건했다"며 "소방대응단계 발령과 관련해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특수본은 앞서 7일 최 서장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한 바 있다. 소방당국은 참사 발생 전 112신고를 받은 경찰의 공동대응 요청에도 출동이 필요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해 출동하지 않았다. 사고가 발생한 직후에도 적절한 소방대응단계 발령을 신속하게 하지 않은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소방당국은 압사사고 발생 시점에서 28분 지난 오후 10시43분에 대응 1단계를, 한 시간 가까이 지난 오후 11시13분에 대응 2단계를 발령했다. 1단계에서 2단계로 격상하는 데 30분이 소요됐다.
소방대응 1단계는 관할 소방서가 출동하고, 2단계는 인접 소방서까지 여러 소방서가 인력과 장비를 동원한다. 3단계는 초대형 재난에 발령되는 최고 수위다. 이번 참사의 경우 오후 11시48분에 대응 3단계가 발령됐다.
특수본은 최 서장 입건이 현장 구조 지휘자에게 부당한 처사라는 비판여론에 대해 "증거와 법리에 따라 공정하고 엄정하게 수사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반면 소방당국은 이날 최 서장이 참사 당시 지휘와 상황관리에 적극적으로 관여했다고 강조해 경찰과 대조를 이뤘다. 이일 소방청 119대응국장은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서장은 현장에서 200m 거리에 있는 이태원 파출소(119안전센터)에서 대기하고 있어 출동할 때 인지하고 지휘뿐만 아니라 관리, 상황 파악 등에 직접적, 적극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