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은행권의 자본 부담 경감을 위해 증권시장안정펀드 출자금에 적용하는 위험 가중치를 250%에서 100%로 낮추기로 했다. 은행들은 2금융권과의 크레디트라인 유지, 기업어음(CP)·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매입 등을 통해 ‘경제 방파제’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고 화답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9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 뱅커스클럽에서 20개 은행장들과 만나 최근 금융시장 상황에 대한 평가와 전망을 공유하고 은행권의 시장 안정 역할 및 향후 계획, 자금조달·운용 관련 애로사항 및 해소 방안 등을 논의했다.
지난달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규제 정상화 조치 유예, 예대율 규제 완화 조치 등의 카드를 꺼냈던 금융 당국은 이날 증안펀드 출자금에 적용하는 위험 가중치를 250%에서 100%로 하향 적용하는 카드를 추가로 꺼내들었다.
금융위에 따르면 5대 은행은 채권시장안정펀드와 증안펀드에 총 11조 원을 출자한다. 문제는 증안펀드에 참여하는 은행 등 금융사가 ‘출자금액×위험 가중치’에 비례하는 수준의 추가 자본적립 의무를 진다는 점이다. 바젤Ⅲ 위험가중자산 산출 표준방법 기준상 상장주식 등의 위험 가중치는 250%다. 금융 당국은 적극적인 유권해석을 함으로써 이번에도 주식시장 안정 목적 등을 감안해 일반적인 주식 보유 대비 낮은 100%의 위험 가중치를 적용하기로 했다. 앞서 2020년 4월 증안펀드 조성 때에도 예외를 둔 적이 있다.
은행장들은 “은행이 경제의 방파제이자 금융권의 맏형으로서 중책을 담당할 시기”라며 “시장 안정을 위해 함께 노력할 계획”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5대 은행은 지난달 24일 이후 은행채를 발행하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도 은행채 발행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5대 은행은 지난달 4조 3000억 원의 CP·ABCP·전자단기사채와 5조 9000억 원의 머니마켓펀드(MMF), 6조 5000억 원의 특수은행채, 여신전문금융채를 매입했다. 10월 이후 5대 은행이 매수한 환매조건부채권(RP)도 약 250조 원에 달한다. 은행별 RP 평잔을 3조~8조 원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다. 올 연말까지 5대 금융지주의 95조 원 규모 지원 계획 중 90조 원이 은행을 통해 집행될 예정이다.
은행장들은 이어 “은행 간의 자금 조달 경쟁 심화로 제2금융권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지 않도록 시장 상황을 최대한 고려하겠다”고도 약속했다. 아울러 제2금융권의 크레디트라인(한도여신) 유지에 어려움이 없도록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다. 김 위원장은 ‘안정을 유지하려면 금융시스템의 나무와 숲을 모두 주의 깊게 살필 필요가 있다’는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발언을 인용하면서 “우리 금융의 핵심인 은행권은 은행 산업을 넘어 전체적인 금융시스템을 보면서 시장 안정에 보다 주도적인 역할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