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중부 시에나에서 기원전 2세기~기원후 1세기 작품으로 추정되는 고대 청동 조각상이 무더기로 나왔다.
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 등에 따르면 고고학자들은 시에나 인근의 산 카시아노 데이 바니에 있는 온천 유적지에서 고대 청동 조각상 24점을 발굴했다. 이 온천 유적지는 로마 시대 이전인 기원전 3세기 에트루리아 문명 시대에 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조각상에는 아폴로와 히게이아 등 그리스·로마신화 속 신들에 대한 묘사가 포함됐다.
조각상들은 원래 에트루리아와 로마의 엘리트 가문, 지주, 지역 영주, 로마 황제 등에 의해 성소를 장식하는 용도로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됐다. 에트루리아는 지금의 이탈리아 토스카나에 위치해 기원전 8세기 이후 독자적인 문화를 발전시켰던 고대 국가다. 에트루리아 문화는 초기 로마 문화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고 알려졌다.
조각상들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건강의 여신인 히기에이아, 태양의 신 아폴론 등을 비롯해 로마 시대 부인, 어린이, 황제의 모습을 하고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6000개에 이르는 금, 은, 청동 동전과 에트루리아어와 라틴어로 적힌 비문도 함께 발견됐다. 이 동전들은 당시 방문객들이 건강을 기원하기 위해 온천에 던진 것으로 추정된다.
무엇보다 발견된 유물 가운데 5점은 높이가 약 1m에 달하지만, 긴 세월 진흙 속에 파묻혀 있었던 덕분에 원형에 가깝게 보존됐다.
전문가들은 이번에 발견된 유물들이 에트루리아 시대와 로마 시대의 전환을 설명하는 중요한 증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발굴 프로젝트는 지난 2019년부터 이탈리아의 고고학자인 야코포 타볼리 교수가 이끌고 있다. 60명이 넘는 세계 전문가들과 함께 발굴작업을 진행 중인 그는 지난 8월 이곳에서 신들에게 다산을 기원하기 위해 제작된 유물을 발견하기도 했다.
타볼리 교수는 “(이곳은) 칼슘과 마그네슘을 포함한 미네랄이 풍부한 온천으로 기독교 시대에 폐쇄되기 전인 5세기까지 사용됐지만 파괴되지는 않았다”며 “(조각상의 발견은) 역사를 새로 쓰게 될 발견”이라고 밝혔다.
이탈리아 문화부 산하 박물관 책임자인 마시모 오산나는 “리아체 청동상 이래 가장 중요한 발견이자 고대 지중해 역사상 청동 조각상으로는 가장 중요한 발견 중 하나”라고 말했다. 리아체 청동상은 1972년 이탈리아 해변도시 리아체 바닷가에서 두 명의 다이버가 발견해 건져 올린 그리스 전사의 모습을 한 실물 크기의 청동상으로, 가장 위대한 고고학 발굴 중 하나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