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낸스 "FTX 인수 안한다"…암호화폐 '대폭락'(종합)

가상화폐 이틀 연속 대폭락
“암호화폐 업계의 리먼모먼트”

로이터연합뉴스

뱅크런에 빠진 암호화폐 거래소 FTX를 인수하겠다고 나섰던 바이낸스가 인수 계획을 철회했다. 바이낸스가 인수를 위한 구속력 없는 의향서(LOI)를 작성하고 FTX 실사에 나서겠다고 밝힌 지 하루 만이다.


회사 가치가 320억 달러에 이르는 FTX의 존립 여부가 불확실해지며 암호화폐 업계의 연쇄 부실화 가능성도 높아졌다. 암호화폐 시장의 가격 낙폭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9일(현지 시간) 바이낸스는 트위터를 통해 "기업 실사와 고객 자금에 대한 잘못된 관리, 미국 관계기관의 조사 소식 등을 고려해 우리는 FTX닷컴에 대한 잠재적인 인수 작업을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애초 우리의 희망은 유동성을 지원해 FTX 고객들을 돕는 것이었지만 현재 상황은 우리가 통제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능력 밖에 있다"고 설명했다. 재무제표 상에서 확인된 부실이 생각보다 크거나, 또는 현 시점에서 확인할 수 없는 정보를 고려할 때 인수 후 당국의 법적 제재 등 추가적 문제 발생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바이낸스는 이어 "업계의 주요 업체가 무너질 때마다 일반 고객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며 "우리는 지난 몇 년 동안 암호화폐 생태계가 더욱 튼튼해지고 있다는 점을 봤고 사용자의 자금을 오용하는 사례가 자유로운 시장 내에서 제거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시장은 급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은 24시간 전보다 12% 가까이 급락한 1만6073달러 대에 거래되면서 1만 6000달러 대가 위협받고 있다. 이더는 13% 가량 하락한 1139달러 대에 거래 중이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FTX에서 자체 발행하는 코인인 FTT는 한때 61.90% 폭락한 3.40달러로 주저앉았다. 특히 바이낸스가 FTX의 인수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낙폭 확대 우려가 더욱 커졌다.


블룸버그는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현재 FTX가 필요한 자금이 최대 80억 달러, 최소 40억 달러 수준이라고 전했다. 샘 뱅크먼프리드 FTX 최고경영자(CEO)가 외부 투자자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면서 80억 달러의 유동성 부족에 직면했으며 유동성을 유지하려면 40억 달러는 필요하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FTX가 지난 2년 간 투자자들에게 유치받은 투자금이 14억 달러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바이낸스의 인수가 무산되는 이상 단기간에 이 정도의 규모를 확보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대체적인 전망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낸스와 FTX의 거래 무산은 FTX의 미래 뿐 아니라 암호화폐 비즈니스에 실존적 위협”이라며 “암호화폐 업계의 리먼 모먼트”라고 평가했다. FTX 파산에 따른 위험을 세계 금융위기를 촉발한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에 빗댄 것이다.


실제 FTX의 파산이 가시화하면 장기적으로 암호화폐 시장의 성장에도 구조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월가와 규제 기관, 주류 투자자들의 신뢰가 다시 한 번 무너지는 데 따른 후폭풍이 그만큼 클 것이라는 얘기다. 비트와이즈애셋매니지먼트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매튜 호건은 “이 정도의 이벤트는 단기적으로는 투매를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어 시장을 침체로 몰아넣는다”며 "수개월 가량의 시간이 지난 후에도 투자자들은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공포로 암호화폐 시장으로 복귀하기를 꺼리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월가에서는 주식시장까지 파급효과가 번질 것으로 보고 있다. 자산관리업체 반에크의 포트폴리오매니저 프라나프 케네이드는 “FTX에 자산이 묶여 자금을 확보하지 못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고 암호화폐 가격은 조정될 수 있다”며 “이는 투자자들의 심리나 투자자의 위험감수 성향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찰스슈왑의 매니징디렉터인 랜디 프레드릭은 “이날 증시 하락은 중간 선거가 아닌 FTX 이슈 때문”이라며 “암호화폐 시장의 문제는 그들이 정확한 자료를 내야 할 규제가 없어 모든 것이 추측과 예측의 영역이라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시장에서는 특히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나스닥과 기술주에 동시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암호화폐 시장의 요동이 나스닥 시장으로 연쇄 반응을 일으킬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이날 뉴욕 증시의 나스닥 지수는 2.4% 넘게 하락했다.


미국의 관계 당국도 사안에 주목하고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법무부가 FTX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으며 두 기관 관계자가 이와 관련 이날 접촉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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