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반도체 경고등에도 국회는 불구경


국내 제조 산업에서 외산 반도체 의존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제조업 국내공급동향지수’ 자료에 따르면 올 3분기 우리나라의 수입 반도체 공급지수는 311.8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50.8%나 오른 수치다. 같은 기간 국산 반도체 잠정공급지수가 8.9% 성장에 그친 것과 비교된다.


이 수치는 국내 제조 기업들이 각종 제품을 만들 때 다른 나라에서 들여온 반도체를 사용하는 빈도가 늘었다는 뜻이다. 우리나라가 강세인 메모리 분야를 제외한 시스템반도체 영역은 안방에서조차 소외되는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수입 반도체 쏠림 현상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다만 국내 업체들의 미미한 성장세에 비해 신흥 강자의 출현과 주요 업체들의 지배력 강화가 동시에 나타나는 것이 문제다. 한 예로 ‘반도체 굴기’를 선언한 중국은 시스템반도체 경쟁력이 이미 우리나라를 뛰어넘었다는 평가를 들으며 저가 전략으로 국내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공급 부족 상태인 차량용 반도체 분야에서는 유럽·일본 업체들의 존재감이 여전히 뚜렷하다.


이런 흐름은 우리나라의 제조 경쟁력 측면에서 치명적인 결함이다. 주요국들이 반도체 기술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수백조 원의 예산 투자는 물론 수출 규제까지 주저하지 않는 상황을 고려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반도체 산업 지원을 위한 당위성이 충분함에도 국회는 미온적인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인력양성, 세제 지원 방안 등을 담은 반도체특별법(K칩스법)은 8월 발의 이후 석 달째 논의 한 번 없이 국회에서 잠들어 있다. 야당 측은 “인재양성과 투자 관련 수도권 집중화가 우려된다”며 논의를 미루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부터라도 적극적인 의견 통합에 나서 열악한 반도체 생태계를 보완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국내 시스템반도체 업체들이 칩 파운드리(위탁생산)·수요 업체들과의 협력을 늘리면서 경쟁력 확보에 몰두할 수 있는 정책 인프라가 하루빨리 갖춰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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