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모를 하락장에 개미 '눈물의 손절'…외인만 줍줍 나섰다

8일 46조 원 1월 대비 30조 증발
외국인·기관 쌍끌이 지수 회복에
손익 실현 보수적 투자 전략 유지
"美 CPI 지수 따라 상승장 이어질 수도" 전망



개인투자자들이 한국 증시에서 짐을 싸고 있다. 외국인이 최근 한 달 동안 조 단위로 한국 주식을 산 것과는 대조적이다.


1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시 대기 자금 성격인 투자자 예탁금은 8일 기준 46조 9385억 원으로 연내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투자자 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 계좌에 맡겨 두거나 주식을 팔고서 찾지 않은 돈이다. 증시 진입을 준비하는 대기성 자금이기에 주식 투자 열기를 나타내는 지표로도 쓰인다. 올해 1월 말 75조 1072억 원과 비교하면 약 30조 원이 증시에서 증발한 셈이다. 투자자 예탁금은 5월 60조 원이, 이달 초 50조 원 벽이 각각 무너졌다. 예상보다 빠른 기준금리 인상 속도와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훌쩍 넘으면서 코스피지수가 급락한 것이 배경이다.


짐을 싸는 개인들과 달리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은 최근 들어 적극적으로 한국 주식을 담고 있다. 이달 들어 외국인은 총 1조 9247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10월에는 3조 3106억 원어치를 담았다. 40여일 동안 5조 2353억 원어치를 샀다. 기관 역시 10월에는 순매도였지만 이달 들어 순매수(2738억 원)로 돌아섰다. 반면 같은 기간 유독 개인은 10월 2조7040억 원, 이달에는 열흘 동안 2조 3322억 원어치를 팔았다. 개인투자자들은 증시가 최근 외국인 매수세를 중심으로 일부 반등하면서 그동안 큰 평가손실을 봤던 계좌가 일부 회복됐거나 수익을 실현, 안전한 예금으로 자금을 옮기는 것으로 보인다. 10월 은행 정기예금에 56조 2000억 원이 몰리며 역대 최대 폭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급등하지 않는 이상 당분간 외국인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실제 JP모건은 지난달 3일 보고서를 통해 “아시아 신흥국 주식의 낙폭이 과대하며 반도체 및 기술 하드웨어 기반의 한국과 대만의 비중을 늘리라”며 “현재 접근할 수 있는 가장 양호한 방향성”이라고 조언한 바 있다. IBK투자증권은 10일 내년 전망 보고서를 통해 “3월께 본격적인 반등장이 시작될 수 있다”며 “코스피지수가 2800을 갈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편득현 NH투자증권 WM마스터즈 전문위원은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 안전한 예금이나 채권 등으로 자금이 옮겨가고 있지만 달러로 환산했을 때 SK하이닉스는 고점 대비 50%나 빠진 상황”이라며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낙폭이 큰 대형주 중 외국인이 많이 사는 종목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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