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상장에 도전하는 반도체·2차전지용 검사 장비 제조업체 펨트론이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에서 기대 이하의 공모가를 결정했다. 올해 4분기 들어서만 10곳이 희망가를 밑도는 수준에서 공모가를 확정하거나 아예 상장을 철회하는 등 기업공개(IPO) 시장 분위기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펨트론은 지난 8~9일 수요예측을 진행한 결과 최종 공모가를 8000원으로 결정했다고 11일 공시했다. 이는 기존에 희망했던 1만~1만 1000원보다 20~27.3% 낮은 수준이다.
이번 수요예측에는 총 501곳의 기관이 응찰해 129.06 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신청 수량을 기준으로 봤을 때, 희망 공모가 하단(1만 원) 미만을 제시한 비중은 89.12%였다.
펨트론은 반도체·2차전지 산업에 활용하는 3차원(3D) 검사장비를 제조하는 회사다. 이번 IPO를 통해 최소 110억 원을 조달해 채무 상환, 운영 자금, 시설 투자 등에 활용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에 공모가를 결정하면서 조달 규모를 88억 원으로 줄여야 했다.
최근 희망가 미만에서 공모가를 결정한 기업은 펨트론뿐만이 아니다. 반도체 시험·분석 업체인 큐알티(405100)는 지난달 18~19일 수요예측에서 86.9 대 1의 경쟁률로 공모가 밴드 하단보다 17% 낮은 4만 4000원에 결정했고, 2차전지 믹싱 장비 업체 윤성에프앤씨도 희망가 최소값보다 7.5% 낮은 4만 9000원을 최종 공모가로 확정했다. 펨트론 직전에 수요예측을 마친 바이오 벤처기업 인벤티지랩은 희망가 밴드 대비 36.8~53.8% 낮은 1만 2000원으로 공모가를 정했다.
올 초부터 “IPO 시장 분위기가 나쁘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4분기 들어서는 투자 심리가 더 얼어붙고 있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실제로 올 10월부터 현재까지 상장을 위해 수요예측을 진행한 17곳 중 최종 공모가가 희망가에 미달한 기업은 7곳(41.1%)에 달했다.
수요예측 부진으로 상장을 철회했던 골프존커머스·제이오·밀리의서재 등 세 곳까지 포함하면 목표 공모가를 맞추지 못한 곳은 총 10곳으로 전체의 58.8%에 달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IPO 시장 침체가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