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거래가 해마다 지능·첨단화되고 있으나 이를 추적·수사할 장비 예산은 연 5000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해당 예산이 지난 2017년 이후 5년째 ‘제자리’라 장비 노후화에 따른 향후 수사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마저 나온다.
13일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마약 수사 관련 자산취득비’는 5600만원에 그쳤다. 검찰 마약 수사 전담 인력 정원이 263명이라는 점에서 1인당 수사 장비 구입비용은 한해 21만원 정도다. 마약 수사 관련 자산취득비는 말 그대로 마약 수사에 필요한 장비를 구입하는 비용이다. 지난 2017년까지만 해도 한 해 7억3600만원의 예산이 책정됐다. 하지만 2018년 전년의 10분의 1도 되지 못하는 5600만원으로 줄었고, 이는 5년째 유지됐다.
마약 거래는 추적이 쉽지 않은 다크웹이나 딥웹에서 암호화폐로 거래되는 등 해마다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마약 거래를 추적·수사하는 데 쓰이는 장비 투자는 2017년 이후 사실상 멈춘 상태다. 마약 수사 현장에서 “수사 자료를 정리할 노트북조차 때마다 교체조차 어렵다”거나 “장비가 부실해도 교체 비용조차 없다”는 불만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이는 검찰이 전국 4개 검찰청에 ‘마약범죄특별수사팀’을 설치하는 등 ‘마약과의 전쟁’에 본격 착수하고도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질 수 있겠냐’는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검찰 사정에 밝은 한 법조계 관계자는 “장비 구입은 물론 현장에 쓰이는 수사비조차도 제대로 없어 실상 마약 전문 수사관들이 자기 주머니돈까지 털어 쓰고 있는 실정”이라며 “정부가 ‘마약퇴치’를 외치고 있지만, 실상 수사 환경은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올해 법무부의 마약 범죄 관련 예산은 43억8500만원으로 작년(48억7610만원)보다 4억9110만원 줄었다. 이는 올해 마약 범죄 관련 예산에 10%에 해당하는 수치다.
그는 이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마약을 뜻하는 은어를 치면 관련 광고가 쏟아지는 게 현실”이라며 “20·30대 젊은 층이 마약광고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지만, 이를 단속할 시스템도 사실상 수년째 방치됐다”고 비판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검찰 ‘인터넷 마약 거래 모니터링 시스템(모니터링 시스템)의 올해 관련 예산은 3315만원으로 지난해와 같다. 이는 모니터링 시스템이 구축된 2016~2017년에만 3억100만원이 편성됐을 뿐, 해마다 유지·보수 비용으로 1800만~3000만원이 책정됐다. 그나마도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난해 1월 부터 올 9월 중순까지 가동되지 않았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시행되면서 검찰이 수사할 수 있는 마약 범죄 범위가 ‘500만원 이상 마약 밀수 사건’으로 제한된 탓이다. 사실상 SNS나 다크웹 등에서 은밀히 소량 거래되는 마약범죄는 수사대상에서 제외되어 온 셈이다. 모니터링 시스템은 올해 9월 대통령령인 ‘검사의 수사 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 개정돼 마약 수사가 가능해지며 재가동됐으나 그 사이 20개월이라는 긴 공백만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