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를 순방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13일 “평화로운 인도태평양을 위해서는 북한의 비핵화가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호텔에서 열린 제17차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국제사회의 거듭된 우려와 경고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재차 발사하거나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국제사회가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동시에 윤 대통령은 “북한과의 대화의 문은 늘 열려 있다”며 새 정부의 북한 비핵화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에 따라 북한이 비핵화에 나선다면 전폭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윤 대통령이 이날 참석한 EAS는 역내 주요 안보 현안을 논의하는 협력체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회원 10개국과 한국·미국·일본·중국·러시아·인도·호주·뉴질랜드 등이 속해 있다. 올해는 의장 초청으로 유럽연합(EU)과 상하이협력기구도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11일 프놈펜에서 열린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한국형 인도태평양 전략’을 내놓았다. 이 전략은 자유와 인권·법치 등 보편적 가치를 수호하는 자유로운 인도태평양을 지향한다.
윤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국제사회를 향해 재차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은 용인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권위주의 진영으로 표현되는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특히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윤 대통령 왼쪽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대신 참석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자리했다.
윤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국제법 위반이자 우크라이나 국민의 생명과 인권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규정하고 “우크라이나의 주권, 영토 보전 및 정치적 독립이 반드시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우리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대해 인도적 지원을 확대하겠다”고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중국이 민감한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서도 “규칙 기반의 해양 질서를 수호하는 평화와 번영의 바다가 돼야 한다”며 “유엔 해양법 협약을 포함한 국제법의 원칙에 따라 항행 및 상공 비행의 자유가 보장돼야 하고 긴장을 고조하는 행위는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미얀마 쿠데타 유혈 사태에는 민주주의 후퇴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하며 “미얀마에서 자유와 민주주의가 다시 꽃필 수 있기를 바란다”고도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