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찰스3세 사비까지 털었다…왕실 전 직원에 보너스, 왜?

찰스 3세 영국 국왕. BBC 뉴스 캡처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물가 상승으로 인한 생계비 애로를 덜어주기 위해 왕실 직원들에게 보너스를 지급한다.


12일(현지시간) 영국 BBC는 찰스 3세가 생계비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직원들을 돕기 위해 이달 월급에 더해 사비로 보너스를 준다고 더선 신문을 인용보도했다.


이에 따라 연 소득 3만파운드(약 4684만원) 이하를 받는 직원에게는 600파운드(약 94만 원)의 보너스를 지급한다. 소득이 높으면 그보다 적게 지급한다.


한 소식통은 “국왕은 왕실 저소득 직원들의 생계비 위기 대응을 돕기 위해 사비를 내려고 한다”며 “국왕은 에너지 요금 급등에 관해 아주 잘 알고 있고 왕실 직원들의 경제적 복지에 관해 걱정하고 있다”고 더 선에 설명했다.


버킹엄궁은 이에 관한 언급을 거부했다고 BBC가 전했다.


지난 9월 영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해 같은 달 대비 10.1% 상승하면서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의 목표치인 2%의 5배에 달한다. BOE는 물가 상승률이 연내 약 11%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영국의 경제는 3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하면서 경기침체 국면에 들어섰다. 지난 11일 영국 통계청은 국내총생산(GDP)이 3분기(7~9월)에 0.2%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번 역성장에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이 휴일로 지정된 여파가 반영됐다.


심각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함께 영국의 성장 동력이 약화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영란은행도 “영국 경제가 100년 만에 가장 긴 경기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앞서 영국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한 공공지출 삭감 발표를 시사했다. 이에 대중교통과 의료 등 공공부문 종사자들에 이어 공무원들의 파업 움직임까지 이어지고 있다. 각 노조는 물가 상승에 따라 생계비 부담이 커지면서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찰스 3세 국왕이 왕정에 대한 비판을 피해가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하고 있다.


영국 군주제 폐지 캠페인 시민단체인 ‘리퍼블릭(Republic)’의 그레이엄 스미스 대변인은 “직원들에게 생계비 명목으로 50파운드(약6만5950원) 추가적으로 제안하는 건 ‘모욕적’이며 그들을 타이르려는 ‘술책’”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모두가 실질 임금과 공공 서비스 및 혜택 삭감에 직면한 반면, 찰스 3세는 상속세를 피하고 납세자에게 매년 수천만 파운드의 비용을 지불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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