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재생에너지와 수소 도입을 가속화할 것을 촉구했다. 주요 각국 정부와 글로벌 기업들이 힘을 합쳐 청정에너지로 전환해야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현대차그룹은 차 부품 구매와 제조에서 재활용까지 모든 가치사슬에서 탄소 중립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정 회장은 13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B20 서밋 인도네시아 2022’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에너지 빈곤 및 공정하고 질서 있는 지속 가능한 에너지 전환 가속화’를 주제로 연설이 이뤄졌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직전에 열린 B20 서밋은 주요국 정상들의 정책 협의 과정에 경제계의 정책 권고를 전달하는 재계 협의체로 주요국 정상을 비롯해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이사회 의장, 쩡위췬 중국 CATL 회장 등 2000여 명이 참석했다.

정 회장은 이 자리에서 “전 지구적 기후변화 위기와 에너지 빈곤을 해결하기 위한 과감한 결단과 리더십이 절실한 시점”이라며 “정부·기업 등 글로벌 사회의 책임 있는 모두가 협력해 지속 가능한 에너지 솔루션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글로벌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취약 계층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며 “에너지 빈곤은 공동체의 안전·건강·복지, 그리고 더 나은 미래를 위협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정 회장은 에너지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각국 정부와 기업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자동차 기업들은 재생에너지에 투자하고 있지만 업계의 노력만으로는 이뤄낼 수 없다”면서 “모두가 협력해 지속 가능한 에너지로의 전환을 촉진할 수 있는 해결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의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해 글로벌 리더들의 정책 지원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는 얘기다.

정 회장은 미래 에너지원으로서 수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재생에너지에는 공급이나 저장에 대한 제약 등 여러 장벽이 있지만 수소는 이 같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면서 “재생에너지·수소 등을 더 빨리 도입할수록 다음 세대에게 더 나은 미래를 제공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전 세계 수소차 분야 1위인 현대차그룹은 중장기적으로 탄소 배출이 없는 그린수소 생산 협력을 추진하고 향후 사업장의 주요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정 회장은 수소 도입을 비롯한 그룹의 탄소 중립 전략을 소개했다. 그는 “자동차 부품 구매부터 제조·물류·운행·폐기 및 재활용에 이르기까지 모든 가치사슬에서 탄소 중립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현대차·기아는 2035년 유럽을 시작으로 주요 시장에서 2040년까지 탄소 배출이 없는 전동화 차량만 판매한다. 또한 2045년까지 전 세계 사업장의 전력 수요를 100% 재생에너지로 대체한다.

현대차그룹은 15~16일까지 열리는 G20 발리 정상회의에 전기차를 공식 차량으로 지원한다. 각국 정상과 영부인을 위한 제네시스 G80 전동화 모델 131대를 비롯해 현대차 아이오닉5 262대 등 총 393대를 제공한다. 현대차그룹은 인도네시아에 아세안 지역 최초 완성차 거점을 구축하고 크레타와 아이오닉5 등을 생산하고 있다. 현대차의 인도네시아 판매량은 올 10월 누적 기준 2만 4266대로 전년 같은 기간(2427대)의 10배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