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말 열린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보면서 투자자로서 상당한 위기감이 느껴졌습니다. 과거 한국이 눈부시게 성장했듯 중국, 인도, 베트남도 그럴 거라고 철썩 같이 믿었는데 중국은 아닐 수도 있겠단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거든요. 자세히 풀어볼 테니 중국에 투자하고 있거나 투자할 계획이라면 꼭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앞뒤 맥락을 이미 잘 알고 계신다면 맨 뒷부분, 애널리스트들이 제시하는 투자 전략만 읽어보셔도 됩니다.)
아시다시피 이번 당대회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은 종신 집권의 길을 열었습니다. 중국은 공산당 일당독재 체재긴 해도 지도자 한 사람이 2연임(10년)까지만 할 수 있게 헌법으로 정해 뒀었는데 2018년에 이걸 폐지했고, 이번 당대회에서 기어코 3연임을 확정했죠. 4연임, 5연임도 당연히 하고 싶겠죠?
견제할 세력도 힘이 꺾인 상태입니다. 원래 당대회에선 국가주석 외에 6명의 정치국 상무위원(중국 공산당 서열 2~7위)이 정해지는데 그동안은 공산당 3대 파벌(상하이방, 공산주의청년단, 태자당)이 2~3명씩 나눠 가졌습니다. 중화인민공화국 출범 이래 40년간 유지돼 온 ‘집단지도체제’입니다. 그런데 이번에서는 시진핑의 태자당이 7자리를 모조리 차지했습니다. 그 아래 정치국위원회 24명도 모두 시진핑의 측근으로 채웠고요. 견제의 싹을 잘라 버린 겁니다.
이런 독재(or강력한 정부)는 국가주도적인 경제 발전이 먹히는 시기, 예를 들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만 달러가 못 되는 작은 경제에선 괜찮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중국은 지난 2019년 이미 1인당 GDP 1만 달러를 넘어섰고 베이징, 상하이, 선전 등은 2021년 3만 달러에 육박했습니다. 이런 경제를 국가가 주도할 수 있을까요? 기업의 발목을 잡을 공산이 커 보입니다.
서구 매체들도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 주석 재임 기간에 중국의 생산성 성장은 평균 0.6%로 과거 5년 평균인 3.5%보다 한참 낮았다”면서 국영기업의 낮은 생산성, 정보기술(IT) 대기업에 대한 규제 폭격 등을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특히 국영기업 문제가 정말 심각한 것이, 국영은 국영대로 민간은 민간대로 놔두면 그나마 괜찮을텐데 시 주석은 민간기업을 국영화시키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2019~2021년 사이 중국 국영기업이 인수한 중국 내 상장사 수만 110개가 넘습니다.
예를 들어 ‘홀리텍(Holitech)’이라고 샤오미 같은 회사에 액정 디스플레이를 납품하던 민간기업이 있습니다. 중학교 교사였던 원카이푸가 창업해서 정말 잘 키운 덕에 2014년에 상장, 대박도 났습니다. 원카이푸는 순자산 규모 8000억원이 넘는 부자가 됐고요. 그런데 2018년부터 중국 정부가 민간기업에 대한 대출을 규제하면서 홀리텍에 자금 문제가 생겼고, 그 틈에 국영기업인 푸졘전자가 홀리텍을 인수했습니다. 그 후로 홀리텍은 정부 방침에 따라 마스크도 생산하고, 멀쩡한 업무 시간에 직원들 사상 교육을 시키는 그런 회사가 됐고 원카이푸도 지난해 아예 경영에서 손을 뗐습니다.
민간기업도 국영기업처럼 마구 간섭하기 일쑤입니다. 알리바바의 마윈 창업자가 겪은 일은 다들 아실 겁니다. 중국 금융당국을 비판했다가 3개월 동안 ‘근신’했고 알리바바도 반독점 규제로 3조원대의 과징금을 부과받았습니다. 알리바바의 주가는 최근 1년간 60%나 떨어진 상태고, 2022년 회계연도 1분기(4~6월)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19%, 50% 감소했습니다.
이번 당대회에서 나타난 시진핑의 강력한 권력을 고려하면 중국의 ‘국진민퇴(국영기업 강화·민간기업 통제)’는 더 심해질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물론 중국은 14억 인구와 거대한 내수시장을 갖춘 나라이며 오랜 역사와 강력한 저력을 가진 나라입니다. 당장 진통이 있을지언정 잘 헤쳐나갈 수도 있을 겁니다. 중국이 역사상 전례 없는 독자적인 경제 성장 모델을 성공시킬 수도 있고요.
하지만 이 과정에서 중국 내부의 권력 암투, 소수민족 인권 이슈, 미국 등과의 외교적 갈등까지...쉽지는 않을 겁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중국 기업가들이 사업을 잘 키워서 글로벌 경쟁자들을 따돌릴 수 있을까요? 우리가 원하는 대로 주가를 올려줄 수 있을까요? 조금 미심쩍어집니다.
당장 중국 펀드, ETF를 환매하라는 말은 아닙니다. 저도 인도·베트남 ETF와 중국 ETF를 당분간은 계속 들고 갈 계획입니다. 어차피 인도나 베트남이라고 리스크가 없는 것은 아니니까요. 하지만 저는 중국에 대한 신뢰가 점점 무너지고 있고 앞으로의 이벤트에 따라 결국 중국 ETF를 팔지도 모르겠습니다. 중국에 투자하고 있다면 중국 뉴스를 유심히 챙겨보시길 권하는 이유입니다.
그리고 아시다시피 중국 경제와 산업은 정부의 정책에 달려 있습니다. 공산당이 지원사격하는 업종, 테마는 좀 더 안심하고 투자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증권사 애널리스트님들의 코멘트를 요약해 남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