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4억 '뚝'인데 옆집은 그대로"…작을수록 더 떨어졌다

◆집값 하락기…'희소성' 높은 서울 대형 아파트 부상
60㎡ 이하 1.78% 떨어지고 85㎡ 초과는 1.42% 올라
서울 평균 아파트값 -0.44% 속 '평형' 따라 희비 갈려
공급량 적은 중대형 희소가치 UP…분양권도 타격 미미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연합뉴스




금리 인상 여파로 전국 집값이 하락세를 그리는 가운데 희소성이 있는 서울의 대형 평형 아파트는 상대적으로 가격을 방어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서울 25개구 가운데 집값이 크게 출렁인 노원·강동·송파 등에서는 중소형과 대형 간 가격 변동률 차이가 더욱 뚜렷했다.


14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1~10월 서울 아파트 가격은 누적으로 0.44% 하락했지만 평형에 따라 차별화된 움직임을 보였다. 소형으로 분류되는 60㎡ 이하는 1.78% 떨어진 반면 대형으로 분류되고 보통 방이 4개 이상인 85㎡ 초과 주택은 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1.42% 상승했다. 가장 수요가 높다고 알려진 60㎡ 초과~85㎡ 이하는 1.14% 미끄러졌다.


아파트 가격이 본격적으로 하락하는 시기를 봐도 대형 평형이 ‘선방’한 모습이다. 부동산R114가 서울 아파트 월별 매매가격 변동률을 분석한 결과 60㎡ 이하는 올해 5월부터 전월 대비 0.06% 떨어지며 하락 반전됐다. 반면 85㎡ 초과는 9월에서야 -0.11%을 기록하며 내리막을 걷기 시작했다.


자치구별로 살펴봐도 이 같은 추세는 동일하게 나타난다. 노원구의 경우 올 1~10월 거래된 아파트 가운데 60㎡ 이하의 누적 가격 변동률은 -2.94%를 나타냈지만 85㎡ 초과는 0.26%로 소폭 올랐다. 노원구 전체로 봤을 때는 같은 기간 1.95% 하락했다. 급급매 거래가 이어지고 있는 송파구 역시 60㎡ 이하가 4.15% 하락해 평형은 60㎡ 초과~85㎡ 이하(-5.81%)와 함께 하락장에서 큰 타격을 받았다. 반면 이 지역 85㎡ 초과 아파트는 변동률 0.23%로 크게 바뀌지 않았다.


강동구에서도 대형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모습을 보였다. 올 1~10월 강동구 전체는 2.43% 빠졌고 특히 60㎡ 이하는 -3.39%, 60~85㎡는 -2.57%를 나타냈지만 85㎡초과는 -0.89%로 상대적으로 하락 폭이 적었다. 대형 물건 자체가 희소해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는 상황도 가격 방어의 이유로 꼽힌다. 강동구 ‘고덕그라시움’은 지난달 15일 전용면적 73㎡이 12억 원에 거래되며 직전 최고가 16억 6000만 원보다 4억 원 이상 빠졌지만 전용면적 113㎡은 아예 매물이 없어 2020년 기록한 18억 8000만 원 최고가가 유지되고 있다.


윤지해 부동산 R114 수석연구원은 “최근 2~3년 사이 급등한 서울 중소형 아파트들이 금리 인상을 맞아 이전 가격으로 되돌아가는 속도 역시 빠른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서울 중소형 아파트는 대출 규제(9억 원 이하)를 받을 수 있는 대형에 비해 가격이 저렴해 진입 장벽도 낮았고 공급도 상대적으로 많아 중산층과 서민들이 대거 구입했다”며 “그러나 이들은 금리 인상 여파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고 대형에 비해 수요도 빠르게 이탈해 가격이 더 많이 하락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크면 클수록 좋다는 ‘거거익선’ 현상은 분양권 시장에서도 나타난다. 대표적 재개발 지역인 한남3구역 매물은 59㎡ 타입이 올해 초 16억 원 중반에서 4억 원 이상 빠진 12억 원 선에서 거래되지만 아직도 84㎡ 타입은 20억 원 넘게 투자를 해야 할 정도로 평형별 가격 차가 크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중소형 타입은 투자자가 상대적으로 많다 보니 경기 민감도도 높아져 급급매로 매도하는 경우도 나오기 때문에 평형별 가격 차가 벌어지곤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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