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세계 항공·방위산업계에 초대형 인수합병(M&A) 소식이 전해졌다. 영국의 항공·방산 업체인 BAE시스템즈와 독일·프랑스 합작 기업인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EADS)이 합병을 논의 중이라고 발표한 것이다. 두 회사의 합병으로 연 매출액 1000억 달러에 육박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방산 업체가 탄생해 미국의 아성을 위협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양 사의 지분을 보유한 영국과 독일 정부는 합병 이후 탄생할 회사의 지분 및 이사회 구성 등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해 한 달 만에 합병 논의를 중단했다.
BAE시스템즈는 지상·해양·항공 등 방위산업의 전 부문을 아우르는 유럽 1위의 종합 방산 업체다. 1977년 영국 정부 주도로 브리티시에어크래프트·호커시들리·스코티시에이비에이션을 통합해 만든 국영 항공우주 업체 ‘브리티시에어로스페이스(British Aerospace·BAe)가 모태다. 이 회사는 1999년 해군 무기 업체인 ‘마르코니일렉트로닉시스템즈’를 77억 파운드에 인수해 BAE시스템즈로 이름을 바꿨다. 2000년대 들어 미국 록히드마틴의 자회사인 컨트롤시스템 등을 잇따라 인수하면서 한때 세계 1위 방산 업체에 오르기도 했다.
이 회사는 세계 40개국에 9만여 명의 종업원을 거느리고 있으며 지난해 매출은 257억 7500만 달러를 기록했다. BAE시스템즈의 간판 제품은 중대형 민항기인 에어버스와 다목적 전투기 유로파이터다. 1974년 첫 비행에 나선 ‘호크’는 세계적인 고등 훈련기 겸 전투기로 명성을 날렸다. 영국 정부는 국가 안보 차원에서 BAE시스템즈에 대한 외부의 적대적 인수를 차단하고 회사 정관을 임의로 변경할 수 없도록 ‘황금주’를 보유하고 있다.
영국 정부가 러시아의 침공 피해국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확대 입장을 밝히면서 BAE시스템즈에 프리깃함 등 49억 달러어치의 차세대 전함 건조를 주문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러시아의 행위는 우리 모두를 위험에 빠트리고 있다”면서 “우리 자신과 동맹국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우리도 주권과 영토를 지키려면 첨단 무기 개발을 통해 자체 국방력을 키우고 가치 동맹을 더 강화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