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의 페터르 베닝크 최고경영자(CEO)가 경기도 화성에 반도체 클러스터 ‘뉴 캠퍼스’를 구축해 한국 기업들과 긴밀히 협력한다고 밝혔다. 클러스터의 재(再)제조 설비를 매년 개선해 연구개발(R&D)이나 제조 시설을 구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본지 2021년 11월 2일자 1·14면 참조
베닝크 CEO와 이우경 ASML코리아 대표이사는 1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뉴 캠퍼스와 관련한 투자 계획 등을 설명했다.
베닝크 CEO는 16일 화성에서 열리는 뉴 캠퍼스 기공식 참석차 방한했다. ASML이 2400억 원을 들여 2024년 말 완공 예정인 뉴 캠퍼스에는 심자외선(DUV)·극자외선(EUV) 노광 장비와 관련한 부품 등의 재제조 센터와 첨단기술을 전수하기 위한 트레이닝 센터, 체험관 등이 들어선다.
ASML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차세대 반도체 핵심 제조 장비인 극자외선(EUV) 노광기를 만들 수 있는 회사다. 삼성전자, 미국 인텔, 대만 TSMC 세계 굴지의 기업들이 ASML의 설비를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따라서 한국에 ASML의 첨단 인프라가 갖춰질수록 국내 EUV 공급망과 기술 확보가 유리해진다.
베닝크 CEO는 뉴 캠퍼스와 관련해 “한국 고객 사업 규모가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며 “기술의 복잡성이 높아지면서 고객사와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재제조 사업도 대규모로 할 것이기 때문에 고객사와 가깝게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재제조 센터는 고장이 나거나 성능이 떨어진 부품을 활용해 새로운 장비를 만드는 시설이다. ASML은 재제조 센터를 기반으로 국내 중소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한국산 수리 부품이 차지하는 비중을 10%에서 50%까지 높일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는 한국에 연구개발(R&D) 센터와 제조 시설을 설립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베닝크 CEO는 “향후 한국에서 R&D를 늘려나갈 것”이라며 “기술이 굉장히 복잡하기 때문에 우선 재제조 센터로 시작하고 지식 이전에 5∼10년이 걸리기 때문에 그 이후 제조 기반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ASML은 한국에서 향후 10년간 1400명을 추가로 고용해 사업 기반을 넓힐 예정이다.
한편 베닝크 CEO는 이번 방한 기간 이 회장을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 간담회를 마친 뒤 베닝크 CEO는 이재용 회장을 만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서로 정상적으로(normally) 만날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