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에서 ‘성인발달 연구’를 진행했다. 1938년부터 현재까지, 그러니까 84년 이상 진행 중인 세계 최장기간의 행복 추적 연구다. 하버드대 남학생 268명과 보스턴의 가난한 지역에 사는 남학생 456명을 대상으로 평생에 걸쳐 진행하는 연구인데, 아직까지 생존한 연구 참여자들은 아흔 살을 넘긴 고령자이며, 연구팀 역시 세대를 바꿔가며 이어받는 중이다. 이 연구가 75년째 되던 해에, 네 번째 총괄책임자를 맡은 정신과 의사 로버트 월딩어가 연구결과에 대한 중간 보고서를 발표했다. 방대한 내용을 한 문장으로 축약하면 “만족스럽고 좋은 인간관계가 행복과 건강으로 이어진다”는 것이었다.
나이듦의 운명은 누구도 피할 수 없다. 다만 어떻게 나이들어가느냐의 차이다. 그래서 주목받는 게 ‘스마트 에이징(Smart Aging)’이다. 단순히 ‘현명하게 나이 들기’라는 단어적 의미 이상의 복잡함을 갖는 분야다. 중요한 것은 앞서 본 하버드의 심리학 연구에서 확인된 ‘관계적 행복론’이다. 저자인 서울대 심리학과 한소원 교수가 자신의 주된 연구분야인 ‘뇌과학과 인지노화’를 스마트 에이징의 관점에서 설명했다. 친절하게도 책은 학술적인 이론의 무게를 싹 걷어내고 현실적인 사례를 곁들였기에, 실용조언을 겸한 에세이처럼 읽힌다.
“나이가 들어서 뇌가 굳어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경험을 하지 않아서 뇌가 굳어지는 것이다.”
저자의 일관된 목소리는 ‘나이 듦에 얽매이지 않는 삶’이다. 게다가 ‘100세 시대’를 직면한 세상의 흐름도 젊음과 노후의 경계가 곳곳에서 허물어지고 있다. 72세 나이에 남미의 험지로 출장 떠나는 친구 아버지, 환갑에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서 테이블 딱 하나 놓고 카페를 차린 사장, 자녀가 살고 있는 미국으로 건너가 공구점 점원으로 일하는 전직 공대 교수, 난민 구호를 위해 살겠다며 퇴직을 준비 중인 심리학자 등이 저자가 말하는 이상적인 ‘스마트 에이징’의 인물들이다.
내 생의 남은 시간을 운운할 게 아니라 ‘최고의 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는 생각으로 노년기의 ‘시간’ 개념부터 재정립하길 권하는 저자는 자연친화적인 ‘공간’에서 살면서, 질병보다 더 위험한 외로움을 떨치기 위해 ‘사회적 연결’이 필요하며, 호기심과 뇌기능을 끊임없이 자극하라고 조언한다. 생체리듬·감정·커뮤니티·자아·테크놀로지 등 각 장(章)에서 나이를 이기는 세세한 비결이 소개됐다. 또 하나 명심할 점은 “젊을 때 일해서 노후를 대비한다”는 개념의 허망함이다. “우리는 사는 내내 ‘지금 현재’ 행복해야 한다.” 1만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