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반도체 수요 감소의 영향으로 올 3분기에도 외형 성장을 이루지 못했다. 다만 증권가는 데이터센터 사업 호조에 주목하며 실적 개선 여력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16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올해 3분기(8~10월) 매출액은 59억3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시장 전망치(57억9000만 달러)를 소폭 웃돌기는 했으나,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17% 줄어들었다. 주당순이익(EPS)는 0.58달러로, 시장 예상치인 0.69달러에 못 미쳤다.
엔비디아는 아직 PC 게임 시장의 침체의 영향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의 게임 사업부는 2020년과 2021년에는 게임용 그래픽 카드 재고가 부족할 정도로 호황을 누렸지만, 올해 코로나19 특수가 끝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3분기 게임 사업부의 매출액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51% 감소한 15억7000만 달러에 그쳤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수요보다 더 많은 재고를 보유하고 있다"며 "불안한 거시 경제 상황과 중국의 '제로 코로나19' 정책이 맞물리면서 매출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증권가는 데이터센터 부문이 선전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데이터센터부문의 올해 3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1% 증가한 38억3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37억2000만 달러)를 웃도는 수치다. 앞서 8월 말 미국 정부가 첨단 인공지능 데이터센터용 반도체의 대중 수출을 규제하는 조치를 내놓으면서 엔비디아의 데이터센터부문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매출은 오히려 성장한 것이다. 문준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데이터부문의 매출액은 시장의 우려와 달리 전분기 대비 1% 증가하며 매출 성장을 지속했다"며 "최근 수출 규제 조건에 해당되지 않는 대체재인 A800 데이터 센터용 반도체를 출시하면서 규제 대상인 A100의 수출 제한 영향을 만회한 게 가장 큰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엔비디아는 A800을 3분기부터 생산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대규모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들이 인공지능(AI) 기반 작업 처리에 필요한 그래픽 칩 주문을 늘린 것도 데이터 센터 부문의 이익 증가에 기여했다고 CNBC는 분석했다.
엔비디아는 4분기 매출이 60억 달러(약 8조 원) 수준으로, 시장 예상치 60억9000만 달러(약 8조1000억원)와 비슷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실적 전망은 엔비디아의 사업이 급속히 악화하고 있다는 우려를 없애기에는 충분한 수준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평가했다.
문 연구원은 "엔비디아의 서버 그래픽처리장치(GPU)에 대한 투자는 AI 개발이라는 특수한 목적에 기인해 경기 영향에 상대적으로 둔감하다"며 "시장이 위축되는 시기에 실적은 더욱 차별화될 것이며 섹터 내에서 주가 아웃퍼폼도 지속될 것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엔비디아는 전날 4.54% 빠졌지만, 실적 발표 이후 시간 외 거래에서 2.2%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