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이달 말 진행될 미국과의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 관련 논의를 앞두고 추가적인 고위급 대화도 가능하다고 18일(현지 시간) 밝혔다. 다만 대화 의지를 표하면서도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된 논의 및 정상회담 가능성에는 단호하게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이달 29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카이로에서 열리는 뉴스타트 양자협의위원회(BCC)와 관련해 "만약 미국이 관심을 표하고 준비되어 있다면 우리는 거부하지 않을 것”이라며 “러시아는 ‘전략적 안정(Strategic stability)’과 관련된 미국과의 고위급 대화를 더는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2011년에 체결된 BCC는 양국 간 핵통제 조약인 뉴스타트 (주기적 핵시설 사찰.실전 배치 핵탄두 수 제한 등) 에 따라 매년 두 차례씩 진행됐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이후로 코로나 19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등의 이유로 13개월 동안 잠정중단된 상태였다. 이번에 재개된 BCC에서는 양국 간 핵시설에 대한 사찰 재개 여부를 다룰 전망이다.
뉴스타트 협정은 2026년 2월 종료되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며 연장 가능성이 불투명해졌다. 이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8월 초 러시아 측에 뉴스타트를 대체할 신규 군비 축소 체제를 신속히 협의하자고 제안했지만 러시아는 "미국이 러시아의 사찰 권리를 뺏고 일방적으로 자국에 유리한 상황을 조성했다"며 자국 핵시설에 대한 사찰을 잠정 중단한다고 통보한 바 있다.
다만 랴브코프 차관은 핵군축 대화에 열려있다는 메시지를 보낸 한편 우크라이나 종전을 위한 미국과의 대화는 현재로선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우크라이나와 관련해 양국의 정반대 입장을 고려할 때, 그들과 대화할 게 전혀 없다"고 말했다.
크렘린 궁도 이후 브리핑에서 미-러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현재로선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다만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가 양국 중재를 희망했다는 언론 보도와 관련해 "모든 평화 유지 노력을 환영한다"고 말했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터키) 대통령의 통화 사실을 공개하며 대화에 열린 태도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