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조짜리 '매' 띄운 에쓰오일, 주가도 뜬다

'샤힌 프로젝트'로 체질 개선 노려
장중 한때 5% 넘게 주가 뛰기도
2026년 화학비중 25%까지 확대
업종 반등시기에 생산 시작 가능
수직 계열화로 원가 경쟁력 확보



에쓰오일(S-Oil(010950))이 9조 원 규모의 ‘샤힌 프로젝트’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면서 체질 개선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수요 성장이 더딘 석유제품의 비중을 줄이는 반면 성장 잠재력이 있는 화학 업종의 비중을 늘려 중장기 성장 엔진을 장착했기 때문이다. 고유가 덕에 고공 행진하던 주가가 실적 고점 우려에 잠시 하락 추세로 전환했지만 샤힌 프로젝트를 계기로 추가 추진력을 얻을지 관심이 쏠린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에쓰오일은 전날보다 1400원(1.61%) 오른 8만 8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5% 넘게 급등하면서 9만 1000원대까지 주가가 치솟기도 했다.


주가 변동성이 컸던 배경에는 9조 2000억 원 규모의 샤힌 프로젝트가 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방문에 발맞춰 대규모 프로젝트를 본격 착수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종합 석유화학 기업으로의 도약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는 호평이다. 에쓰오일은 이사회를 열고 샤힌 프로젝트의 최종 투자 결정을 의결했다. 에쓰오일은 9조 2580억 원을 들여 울산 온산국가산업단지 내 스팀크래커(기초유분 생산설비)를 포함한 석유화학 생산 설비를 건설할 예정이다. 샤힌 프로젝트는 에쓰오일의 대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의 국내 투자 중 사상 최대 규모다. 2026년부터 에틸렌 180만 톤, 프로필렌 77만 톤 등의 화학제품을 생산하게 되며 기존 12%에 불과하던 화학 비중은 25%까지 늘어난다.


증권가는 에쓰오일이 샤힌 프로젝트를 통해 수익성을 다각화할 발판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석유·정유 부문은 친환경 이슈가 부각되기 시작하면서 점차 수요가 줄 수밖에 없다. 증권가는 현재 화학 업종의 업황이 바닥 수준이지만 샤힌 프로젝트가 본격 가동될 시점에는 회복 시기에 진입해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석유화학은 정유 대비 높은 산업 성장률을 보이는데, 정유사의 석유화학 사업 확장은 성장성과 수익성을 담보했다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큰 투자 금액을 충분히 감당할 체력을 보유 중이라는 점도 강점이다. 전체 투자금 중 6조 5000억 원은 내부 조달로, 8000억 원은 아람코의 대여금, 1조 8000억 원은 외부 차입으로 자금을 조달할 예정이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자금 지출 일정상 2024년부터 본격적인 증설이 시작되고 2025년이 최대가 될 것으로 보여 단기자금 부담은 없다”며 “아람코로부터 다양한 금융 지원이 가능하고 향후 현금 흐름에 따라 차입 금액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라 현재 배당성향 30%가 변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화학 산업에 신규 진입하는 업체임에도 시장 지배력을 빠르게 넓혀갈 수 있다는 의견도 설득력을 얻는다. 현재 국내 에틸렌 생산 능력은 1257만 톤으로, 에쓰오일의 신규 투자 규모는 국내 생산 능력 대비 14% 수준에 이른다. 아울러 기존 정유 사업을 활용해 수직 계열화를 완성하면서 원가 경쟁력을 크게 높일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다.


다만 최근 시장이 의문을 품고 있는 단기 실적 전망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난관이다. 박한샘 SK증권 연구원은 “정유 업황에도 경기 둔화 및 수요 둔화가 부담”이라며 “중국의 수출 확대 움직임 역시 에쓰오일의 마진 상승을 제한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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