巨野, 尹정부 '예산 저지' 벼르지만… ① '총선용 지역 예산 못챙길라' 고심

■ 예산안 놓고 '불편한 속사정' 넷
② 경기악화 '발목잡기' 프레임 부담
무작정 반대 땐 역풍 맞을 가능성
③ 버티는 與, 되레 준예산 편성 압박
④ 약한 원내대표 리더십도 시험대
송곳검증 예고했지만 셈법 복잡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제2차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우원식 예결위원장 주재로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 첫 예산안을 ‘부자 감세’로 규정하고 송곳 심사를 예고한 더불어민주당의 속사정이 적지 않게 복잡한 모습이다. 정부 예산안에 대한 대대적인 칼질을 예고했지만 어려운 경제 상황에 개별 의원들의 정무적인 판단까지 겹치면서 예산 정국을 대하는 셈법이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예산안 심사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가며 정부를 압박한다는 민주당의 전략에도 변동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를 가동하는 것으로 2023년도 예산안 심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민주당은 상임위별 예비 심사에서 정부의 주요 사업 예산에 대한 대대적인 삭감을 진행하고 빈자리에 지역화폐·공공임대주택 등 ‘이재명표’ 민생 예산을 집어넣었다.




◇악화 일로 경제지표=문제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으로 날로 어려워지는 경제 상황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올 9월 경상수지는 16억 1000만 달러(약 2조 1560억 원) 흑자로 지난해 같은 기간(105억 1000만 달러)보다 88억 9000만 달러 감소했다. 무역수지는 1997년 이후 25년 만에 처음으로 8개월 연속 적자를 앞두고 있다.


국정에 대해 동반 책임을 질 수밖에 없는 원내 1당으로서 예산안에 무작정 반대만 했다가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당내에서 제기되는 배경이다. 특히 경제위기 상황임을 고려해 ‘상인적 현실감각’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공개적으로 표출되고 있다. 당론이라는 명분 아래 무작정 세 과시를 할 게 아니라 국민의 지지가 높은 감세 정책 등은 적극적으로 협조를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감세를 통해 기업의 활로를 열어주겠다는 정부의 세제개편안에 반대 입장을 내세운 상황이다. 당내 중진인 이원욱 의원은 금융투자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모두 반대 여론이 높다는 점을 거론하며 “국민 수용성이 낮은 정책은 시장에서 수용되지 않고 강행하면 부작용만 낳는다”고 쓴소리를 했다.


◇총선용 지역 예산 챙기기=이번 예산안이 2024년 열리는 총선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예산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총선 전 공약 이행을 위한 지역 예산을 대거 확보해 유권자들에게 홍보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외적으로는 예산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이면서도 물밑으로는 이른바 ‘쪽지 예산’을 주고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의원들 입장에서는 본인의 지역구 예산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의원 개개인의 이익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라며 “민주당으로서는 가뜩이나 여론이 안 좋은 상황이라 예산안으로 시간을 끌기가 부담스럽다. 적정선에서 예산안 합의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의장 주재 양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인사하고 있다. / 성형주 기자

◇‘준예산’ 각오…버티는 여당=연말까지 예산안 합의가 불발돼 사상 초유의 ‘준예산’ 사태가 벌어지는 것도 민주당에 더 큰 부담이다. 민주당이 거대 의석을 갖고 있는 이상 ‘발목 잡기’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어려워서다. 민주당 내부에서 준예산까지 가는 상황은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를 감안한 듯 정부와 여당도 준예산 압박의 고삐를 더욱 당기는 모습이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최근 “민주당의 발목 잡기로 헌정 사상 최초로 준예산이 편성되는 것 아니냐는 국민의 우려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준예산 사태가 벌어진다면 모든 책임은 민주당이 져야 한다고 경고한 셈이다.


민주당도 자체 수정 예산안을 발의할 수 있다며 맞불을 놓았다. 국회 예결위원장인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18일 MBC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정말 유감스러운 것은 예산안을 제대로 논의하기 전에 정부 여당 내에서 준예산을 언급했다”면서 “이렇게 준예산을 이야기하며 오만방자하게 할 경우에는 민주당이 수정안을 발의하는 대안을 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고민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언급했다.


◇약한 원내 리더십=예산 정국 경색이 지속되면서 박홍근 원내대표의 리더십도 시험대에 올랐다. 정부 예산안 견제와 의원들의 민원을 동시에 해결하면서 여당의 발목 잡기 프레임도 피해야 하는 고차방정식이 박 원내대표 앞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박 원내대표가 지금까지 국무총리 인준부터 법사위원장 임명까지 넓힌 전선에 비해 뚜렷한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는 지적도 부담이다. 쟁점 예산안에 대해 최종적으로 논의하는 비공식 기구인 소소위에서 만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외교부 장관 해임 건의안까지 박 원내대표가 주도적으로 추진한 전략들이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유야무야된 경우들이 있다”며 “이제는 리더십을 보일 때”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